치유의 숲

치유의숲~숲의 빛깔

수풀7 2021. 7. 14. 12:49

7월의 숲은 짙은 초록입니다.
아침을 깨우는 햇살이 눈부시면 숲은 기다린 듯 온몸을 부르르 떱니다. 조붓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숲은 새들의 맑은 지저귐과 함께 연초록으로 눈부십니다. 초록의 유혹은 끝없이 걸음을 재촉하게 만들고, 이윽고 한낮의 강렬해진 빛은 숲을 다시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게 합니다. 스펙트럼의 마술은 오묘하여, 저녁 석양빛을 받은 숲은 은은한 녹갈색의 어둠이 깃듭니다. 그리고 숲은 너그럽게 우리를 안아줍니다.

숲을 채우는 빛깔

숲은 초록의 대명사라 할 만큼 우리에게 '초록'이 주는 인상은 짙습니다. 노랑과 파랑이 어우러진 초록은 우리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환희와 강렬한 에너지를 나타내는 노랑을 삶의 풋풋한 여정이 주는 즐거움이라 한다면, 숲 언저리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 하늘은 영원과 신뢰를 말해주기도 합니다. 차가움으로 오히려 안정감을 주는 파랑은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하고, 침울했던 삶의 고뇌에서 얻어지는 철학적 빛깔입니다.

숲길을 걸으면 발길에 닿는 흙의 포근함이 또 다른 즐거움을 줍니다. 이미 광채가 사라져 버린 칙칙하지만 편안한 낙엽의 색깔과 목재의 부드러움이 주는 회고의 잔영은 아련한 숲의 갈색 정서입니다.
따뜻한 햇볕에 탈탈 털어 개운해진 흙바닥에는 비록 눅눅하고 증발하지 않은 채 남아 있는, 누군가에 대한 미움이 묻어있을지라도, 갈색의 포근함에 덧입혀진 초록의 희망이 가득합니다.

초록의 정체

인류는 자연이 만들어준 아름다운 초록색을 인공적으로 만들어내려 오랫동안 애썼습니다. 처음엔 포도 줄기와 구리를 섞어서 얻은 녹청색이었습니다. 그것은 매우 비싸서 돈 많은 부자만이 초록색 옷을 입을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만들기 어렵고 색깔이 잘 변색되는 초록은 더 귀하게 여겨졌습니다. 18세기 말 스웨덴의 칼 빌헬름 셸레가 비소를 실험하다 우연히 초록색을 찾아내었는데, 이 비소의 독성 때문에 ‘셸레그린’을 사용한 사람들이 죽음을 맞이하기 시작했습니다.

나폴레옹이 유배되었던 세인트 헬레나 섬은 온통 녹색으로 꾸며졌었습니다. 프랑스 과학자들은 나폴레옹의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체를 분석했는데, 그의 머리카락과 손톱에서 다량의 비소가 검출되었음을 알아내었습니다. 또한 영국에서는 초록으로 온통 칠해진 빅토리아 여왕의 별장에서 일하던 왕실 화가가 죽기도 했습니다. 어둠에서 빛나는 초록 야광 라듐을 예뻐진다고 여겨 손톱과 입술에 바르기도 했지만, 미국에서는 야광 시계를 만들던 여공들이 암으로 죽은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숲의 아름다운 초록을 인위적으로 만들려 할 때 자연은 인류를 가만두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사람의 얕은 지식으로 억지로 만들어내는 초록을 지양하고, 숲이 우리에게 베풀어주는 고마움을 잘 받아들여 교만한 삶을 버리고 숲을 지키고 가꾸는 일에 기여해야겠습니다.

초록의 치유

우리 눈이 피로를 가장 적게 느낄 때는 초록색을 볼 때라고 합니다. 560nm 파장대의 가시광선인 초록색을 볼 때 우리가 소비하는 에너지가 가장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웰스(Wells, 2000)의 연구에서도 초록색에 많이 노출되면 인지기능이 증진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생들이 초록색 칠판을 볼 때 눈의 피로를 가장 적게 느끼게 되고, 마음에 안정을 얻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삼림욕 효과를 오감 별로 분리했을 때, 시각이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쾌적하고 진정적인 효과, 혈압이 떨어지는 좋은 효과,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양되는 교감신경 활동이 억제되면서 이완상태의 느슨함을 얻을 수 있다고 합니다. 생활 속에서도 나뭇결무늬가 있는 벽을 보면 우울감과 피로도가 줄고 활기가 증진된다고 합니다.
현대인들은 자극적인 색을 너무 많이 보기 때문에 짜증이 섞인 스트레스를 경험합니다. 그러므로 심리적 안정과 신체적 회복을 위해 숲을 걷는 일은 꼭 필요한 일입니다.

좋은 그림을 그리기 위해 화가는 수많은 색깔을 도화지에 덧칠해 그립니다. 하지만 우리는 삶을 통해 미술의 스크래치 기법처럼 겹쳐진 수많은 색깔의 흔적을 긁어 그리기’기법을 통해 바탕색인 초록을 발견해내는 지혜로움을 숲길을 걸으며 배웠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