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기행

숲기행~울릉도 숲길을 걷다

수풀7 2020. 4. 3. 11:08

- 울릉도 성인봉, 산이 성스러운 사람을 닮았다하여 성인봉이랍니다. 깊은 원시림 사이로 깎아지른 듯 나있는 산길을 따라가면 짙은 안개에 쌓여 신비감을 더하는 화산숲이 펼쳐집니다. 섬노루귀, 산마늘, 섬백리향, 우산고로쇠나무 등의 희귀수목이 군락을 이루고 있고, 눈 아래 펼쳐지는 푸른바다는 장관입니다. -

성인봉 숲길에는
연두빛깔 봄이 피어나고
명이나물 향이 그윽하지요

봄비 온 후 숲길을 걷습니다.
촉촉한 숲이 겨우내 언 마음을 끌어내었기 때문입니다.
숲길을 걸으며 나무에게서 지난겨울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숲으로 가는 길에는 벌써 연두색 봄빛보다 더 급한 내 마음이 닿아있고, 상큼한 풀향기, 곤충들의 부지런한 발놀림, 놀라 나르는 새소리, 뿌리로 뿌리로 스며드는 물방울소리, 나무들의 등 긁는 소리, 잎들의 시샘, 그들 사이로 스치는 지난겨울 바람의 이야기가 정겹습니다.

풀섶 사이로, 추운 겨울을 이기고 생명을 이어갔다는 명이나물 향이 그윽했습니다. 숲은 그 곳에 살아있고 생명이 흐릅니다. 다들 숲은 그냥 있다고들 말하지만, 숲은 숨 쉬는 일과 말없는 움직임을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시도 때도 없는 그리움을 꿀꺽 삼키고 묵묵히 서 있는 그에게 숲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나무는 숲의 주인입니다.

울릉도는 경상북도 울릉군에 속해있으며, 화산의 용암분출로 솟아 오른 섬이라 중앙부에 성인봉이라는 하나뿐인 봉우리가 산의 이름을 대신하고 있습니다. 북쪽으로는 나리분지가 펼쳐져 초기 정착민들이 농사를 짓고 살았답니다. 도동항에서 배를 내려 가파른 언덕을 오르면 성인봉으로 가는 숲길을 만날 수 있지요

섬이 산이고
산이 섬이고
숲은 그 속살인가...

울릉도 뱃길 따라 포항여객터미널을 찾았습니다.
뱃고동소리, 갈매기 울음소리가 유행가 가사처럼 달콤하게 들립니다.
3시간여의 울릉도 뱃길 후 도동항에 도착하면 망망한 바다위로 산하나 둥실 떠 보입니다. 울릉도는 섬이 곧 산이고, 산이 곧 섬입니다.

봄기운 가득한 도동항 언덕배기를 따라 오르면 바로 울창한 숲길
숲을 들어서면 섬의 속살을 헤집듯 거칠고 꾸불꾸불한 길이 이어집니다.
숲길을 따라 걸으며 지난겨울의 흔적을 만지다보면, 못내 아쉬웠던 기억들이 머리를 스칩니다. ‘뭔가를 두고 가면 다시 온다.’는 어느 나그네의 말을 떠올리며 이 숲에 또 다른 마음의 한구석을 두고 갔었던가...
숲은 추억을 만드는 공간입니다.


바람의 언덕을 넘어서면 숨이 가빠지고 곧 산정에 이릅니다.
‘window’는 바람이 들어오는 눈(wind eye)이라는 어원이 생각납니다. 눈 같은 구멍이 있어 사방에서 바람이 불어온다고 이름 지어진 이곳에서는 흘린 땀을 식히기에 족합니다.

연두빛 물이 뚝뚝 떨어지는 숲을 걸으면서, 어쩌면 자연은 이렇게 아름다운 색깔을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숲길에 뿌려놓은 것일까?
숲은 빛의 마술사인 듯합니다.

봉래폭포
산마늘
성인봉 가는 길
성인봉 구름다리
연리목
우산고로쇠나무
성인봉에서 바라다 본 죽도
망망한 동해에서 죽도
죽도 파식동굴
찔레꽃 사이로 보이는 죽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