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걷기

삿포로 걷기~모에레누마 공원 걷기

수풀7 2020. 4. 9. 15:17

사람은 어쩌면 홀로 떨어진 섬과 같은 존재일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삶을 통해 외로움과 고독을 가슴 한구석에 가지고 있는 존재...
섬에 향기가 나면 사람들은 그 섬을 찾고 싶어 합니다. 그래서 멀리 떨어진 섬일수록 좋은 향기를 품어야겠습니다. 홋카이도는 그런 면에서 사람의 마음을 이끄는 섬인 것 같습니다. 나라와 이념을 떠나 누구나 한 번쯤 와보고 싶어 하는 곳. 하지만 이 곳에도 아픈 흔적은 있습니다.

삿포로시 히가시구 '모에레누마'에는 '육지의 섬'같은 곳이 있습니다. 이 곳은 서울의 '난지도'처럼 오래전 악취가 나서 아무도 찾지 않는 쓰레기 처리장이었지만, 지금은 많은 도시민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바뀌었습니다. 아주 옛날 아이누족이 살던 이 곳은 맑은 물이 유유히 흘러 'Shinoro New River'라 불렀던 무어 습지. 모에레누마(Moere march)라는 이름도 아이누어로 'Moyre pet'에서 유래된 것으로 '천천히 흐르는 강'을 뜻합니다. '오랫동안 메마른 강바닥'을 뜻하는 삿포로에 비한다면 비옥한 습지였던 것 같습니다.

모에레누마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모에레야마'의 거대한 봉우리가 우리를 맞이 합니다. 62m 높이를 자랑하는 커다란 봉우리에 올라서면 광활한 하늘과 함께 삿포로의 매서운 눈바람이 몰아치며, 야곱의 하늘사다리 처럼 모에레야마는 하늘과 맞닿아 있습니다. 도심의 하늘은 사각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펼쳐지는 푸른 하늘과 저 멀리 보이는 삿포로 시가지가 인상적입니다. 세찬 바람을 피하며 내려서면 아쿠아 플라자, 뮤직 셀, 그리고 테트라 마운드와 플레이 마운틴이 펼쳐집니다. 높이 30m 플레이 마운틴은 '이사무 노구치'가 1933년에 처음 구상한 뒤, 오랜 세월 간직해 온 아이디어가 실현된 것입니다. 피라미드와 고대의 유적을 떠올리게 하는 화강암 경사면을 오르면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하늘을 날으는 수리들의 곡선비행을 즐길 수 있습니다. 다시 아래로 내려가면 '사쿠라노모리'의 풍부한 숲길 사이로 햇빛에 반짝이는 'Glass Pryramid(HIDAMARI)' 가 심볼처럼 우뚝 서있습니다. '전체가 하나의 조각품인 공원'의 중심이 되는 이 곳은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를 소개하는 갤러리와 문화 활동 공간으로, 석양에 반짝이는 빛의 눈부심이 있는 곳입니다.

우리는 도심 속에서 사각형의 하늘을 바라보아야만 합니다. 하늘은 도시인들에게는 사각형이기 때문이지요. 하지만 모에레누마에서는 탁트인 둥근 하늘을 볼 수 있습니다. 조각가 노구치는 삭막해질 도시를 미리 예견하고 우리에게 삶의 생동감있는 메세지를 주려했을지도 모릅니다. 모든 생물은 ‘性(心+生)’ 즉 살려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도시에서 점점 사라지는 곡선과 숲을 기억해 내면 우리의 삶도 풍부해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모에레누마 공원 걷기 ~

모에레야마
유리 피라미드

 

모에레야마 정상

 

유리 피라미드와 무어습지

 

석양에 비친 붉은 다리

 

피라미드의 형상을 한 플레이 마운틴
뮤직 셀
테트라 마운드 삼각뿔

 

화강암 경사면

 

수리의 비행

 

 

모에레야마 경사면
유리 피라미드
잎갈나무 숲

 

OMPHALOS

 

석양의 유리 피라미드 외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