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스트레스와 숲치유
며칠 전 친구가 차를 한잔 마시며 푸념을 늘어놓았습니다. 직장생활이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였는데, 이젠 느긋해야 할 중견 관리자로, 누가보아도 편안한 업무로 자신의 일을 즐길 줄 알았던 친구의 넋두리에 잠시 의아해했습니다.
옛날에는 상사의 지시에만 잘 따르면 크게 문제없는 직장생활이었으나, 이제 아래로는 자기주장이 강한 직원들의 불평을 받아주어야 하고, 위로는 오래도록 모시던 상사의 눈치를 보아야 해서 ‘샌드위치’ 신세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격려의 차원에서 주말을 이용해 함께 고성 장산숲을 찾았습니다. 숲을 걸으며 그동안의 적조했던 친구 간의 정을 나누고, 서로의 지친 삶을 달래다보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 같습니다.
지금을 사는 우리는 콘크리트처럼 딱딱한 도시의 회색 문화로 인해 많은 스트레스 속에 살고 있습니다. 이러한 스트레스는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스트레스(stress)란 라틴어에서 기원한 ‘적응하기 어려운 환경이나 조건에 처할 때 경험하는 신체적·심리적 긴장이나 장애’를 뜻한다고 합니다. 결국 가벼운 정신적 장애라고 표현할 수 있는 스트레스로 우리 가까이 존재하는 수많은 상상력은 결코 인간과 자연에 이롭지 못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선한 마음을 통해 낙천적인 생각의 전환으로 보다 나은 세상을 그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대체로 낙천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에게는 ‘아난다마이드’라는 호르몬이 많이 분비 된다는 연구 보고가 있습니다. 최근 발견된 생체내의 카나비노이드 신경전달물질인 ‘아난다마이드’는 산스크리트어로 ‘아난다’ - 더 없는 행복, 큰 기쁨을 주는 것 -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아난다마이드가 뇌에서 많이 생성되는 사람은 스트레스가 줄어들어 행복지수가 높아진다고 합니다.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를 살펴보면 주로 사회복지 보장제도가 잘 되어있는 북유럽 국가임을 알 수 있고, 꼭 그런 이유는 아니더라도 국토의 대부분이 숲으로 이루어져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스트레스의 치유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으나 그중 명상은 매우 중요한 방법 중 하나라 여겨집니다. 호흡에 마음을 집중하거나, 눈을 감거나 지그시 바라보기, 숲의 물소리와 바람소리를 들으며 오감을 느낄 수 있는 숲은 명상의 좋은 환경이며 숲 치유에 매우 중요한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숲에 대하여 다양한 ‘느낌’을 가지게 되는데, 이런 것들이 미적 체험이며 심미적 욕구를 충족시키는 인자들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눈으로 보는 초록 숲의 아름다움, 바람이 나무를 스쳐가는 소리, 새의 지저귐, 곤충의 울음소리... 이런 것들은 인간의 영혼 깊은 곳에 오랜 세월 동안의 경험으로 축적되어 온 본원적이고 익숙한 것이며,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기도 합니다. 또한 동식물의 각양각색의 숨결, 꽃향기, 테르펜의 향내, 흙냄새, 잘 익은 과일의 향기... 자연의 냄새는 소리보다 더 깊은 기억을 일으킬 수 있으며, 숲 속의 계곡에 흐르는 맑은 물에 손발을 담글 때 느끼는 시원함, 땀 흘린 이마에 스치는 바람에 느끼는 쇄락함, 갈증 끝에 샘물에서 얻는 한 모금의 시원함 등에서 특별한 느낌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감으로 미적 대상 경관을 감상한 다음에는 무엇인가 마음속에 정서적으로 와 닿는 의식이 있어, 그 느낌을 시로 표현하거나 노래로 표현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초록은 우리에게 편안함과 안정감을 줍니다. 숲이 그렇습니다. 숲은 온통 초록! 그래서 사람들은 숲을 찾고 숲에서 포근함을 느낍니다. 그러면 숲은 왜 우리에게 마음의 안정과 아늑함을 주는 것일까요?
우리 인간은 약 200만 년 전에 동아프리카 사바나 숲에서 살기 시작했다는 가설이 있습니다. 아이들이 마치 어머니의 자궁처럼 생긴 굴속으로 기어들어가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 시대의 숲이 개인이나 종족의 생존에 매우 큰 영향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 인간의 마음속에는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본능이 내재되어 있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인간은 자연 회귀의 본능을 가질 수밖에 없고, 지금도 고요한 숲에 들어서면 더할 수 없는 마음의 안정과 포근함을 얻는 것입니다.
인류역사의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바로 엊그제 숲에서 나와 잠시 도시생활에 익숙해 있으며, 나이 들어 힘없어지면 어릴 적 친구가 있고, 기댈 친척이 있는 본향을 그리워합니다. 그런 점에서 숲은 바로 우리의 고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