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걷기~미아노모리 삼각산 걷기
높은 산의 정상을 오르면 종종 짜릿한 쾌감을 얻기도 합니다. 어려운 난관을 극복했다는 자신감과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자신만의 우월감이 왜소했던 마음을 부풀게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까닭으로 많은 사람들은 더 높은 산의 정상을 향해 무리한 발걸음을 내딛을 때가 많습니다.
낮은 산은 낮은대로 또 다른 즐거움이 있습니다. 나지막한 숲길을 걸으면 강한 성취욕과는 다른 편안한 마음의 위로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로는 곧 근심의 어루만짐입니다. 근심은 갈길을 잃고 헤매는 영혼에 꼭 찾아드는 마음의 응어리이지요. 우리 마음속에 찾아오는 근심은 흉한 모습을 한 물질의 형상이 아니라, 그에 관해 우리가 사유하는 왜곡된 생각으로부터 비롯됩니다. 근심을 불러일으키는, 모호한 부정적 생각으로부터 유발되는 '나쁜 유심조(唯心造)'는 거짓된 영혼으로부터 비롯되며, 이를 떨쳐버리기 위해서는 내 몸을 온통 숲에 맡기는 '즐거움에의 몰입'이 필요합니다.
삿포로 미야노모리 '삼각산'은 311m의 나지막한 도시숲입니다. 숲은 자작나무류, 참나무류, 버드나무류, 산벚나무, 산목련이 함께 어우러져있습니다. 자작나무류 중 특별한 나무 하나는 홋카이도에서 자생하는 '우다이칸바(군주자작나무)'입니다. 희고 붉은 속살로 '넓은잎 나무의 여왕'이라 일컫는 이 나무는 껍질에 기름기가 많아 가마우지를 길들여서, 여름밤 횃불을 켜 놓고 은어잡이를 하던 '우카이(うかい)'에 사용되어 지어진 이름이라 전해집니다.
"휘잇~ 휘잇~ 휘잇~" 동고비의 노랫소리 따라 '철학의 길'에도 봄빛이 묻어납니다. 이 숲에는 10개의 오르막이 있고, 좁다란 4번째 숲길로 '철학의 길'이 이어집니다. 그래서인지 앞서 걷는 반백의 할머니 걸음은 깊은 생각과 함께 늙음만큼 느릿합니다. 작은 언덕을 오르면 푸른색 정장 신사 '유리딱새 수컷'의 "휘익~ 휘익~" 짝짓기 신호 소리가 애처롭습니다. 한그루의 나무가 자라는 것이 믿기 어려운 확률을 뚫고 이루어내는 탁월한 성취라면, 숲 사이로 나는 새들의 짝짓기는 그렇게 얻어낸 귀한 생명을 애써 잇기 위한 절실함입니다.
낙엽이 쌓인 숲 바닥에는 아직도 봄볕을 기다리는 도토리들이 햇살을 다툽니다. 저 한 톨의 싹이 터서 지금의 무성한 숲을 이루었을 것입니다. 숲은 애쓰지 않아도 무성 해지는 듯 보이지만, 준비되지 않은 생명에는 기회도 올 수 없음을 '철학의 숲길'에서 깨닫습니다.
#우다이칸바 : (學名) Betula maximowicziana, (英名) Monarch birch, (日名) <鵜松明樺> ウダイカンバ
('우마츠아카바'가 변해서 '우다이칸바'로 되었으며, 수피에 기름기가 많아 물에 젖어도 잘 탄다고 함)
~ 삿포로 미야노모리 삼각산 걷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