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길걷기

삿포로 걷기~마루야마 공원을 걸으며

수풀7 2020. 5. 11. 14:45

마루야마 공원에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립니다. 흰 눈으로 덮여 다시는 올 것 같지 않았던 봄이 어느덧 와 있습니다. 겨우내 흰 눈으로 덮여있던 이 곳은 어린아이의 아장아장 걷는 걸음 사이로 파릇한 새싹이 돋아납니다. 아이는 아랑곳없이 뒤뚱거리지만 한 번도 새싹을 밟지 않았습니다. 아마 갓 나온 새싹을 염두에 둔 조심스러운 걸음이었나 봅니다.

흰옷 입은 자작나무 사이로 아름드리 계수나무에 새순이 틉니다. 이 계수나무의 잎이 무성해지면 공원은 온통 초록의 향연이 펼쳐질 것입니다. 가문비나무 아래 청설모 한 마리가 한가히 솔방울을 갉고 있습니다. 저 부지런한 입놀림에 내일 아침은 공원의 솔방울이 모두 없어질 것만 같습니다. 천천히 숲길을 돌아서면 작은 연못이 나무 그림자를 가득 안았습니다. 석양빛이 비친 물결 위로 원앙새 식구들이 즐겁게 물장구를 치며 놉니다. 무심한 청둥오리는 미끄러지듯 헤엄치다 거꾸로 한껏 자맥질을 합니다. 연못가는 월든 호수의 풍경처럼 느리고 아름답습니다.

황실 재산의 영지였던 이 곳은 신주노모리(고장 수호신을 모신 사당 경내의 '당숲')로 보호되어 왔습니다. 메이지(明治) 시대 초기였던 19세기 후반에는 수목 시험장이었지만, 메이지 말기에서 다이쇼 시대에 걸친 20세기 초반에 공원으로 되었으며, 에조야마사꾸라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벚나무 150그루를 심어 벚꽃이 피기 시작하면 긴 겨울을 보낸 도민들의 '하나미(꽃구경)' 명소가 됩니다. 인근 모이와 원시림이 천연기념물로 지정되기도 했으며, 1951년에는 동물원을 개원해서 많은 도민의 사랑을 받는 휴식장소입니다.  공원 내에는 시험장의 흔적이 느껴지는 삼나무 숲과 수백 년 세월을 견뎌온 계수나무 거목 사이로 다람쥐와 새들이 옛 흔적을 더듬으며 즐겁습니다. 

숲길을 걸으면 자연의 숨결을 느끼며 다양한 동식물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자생하는 식물 약 330종과 수령 수백 년의 계수나무 거목은 마루야마를 지키는 수호신 역할을 합니다. 일본을 상징하는 왕오색나비의 유충이 잎을 갉아먹는 팽나무를 비롯해서, 홋카이도에서는 자생하지 않는 삼나무와 다양한 활엽수, 침엽수가 뒤섞인 울창한 숲에는 꽃이 피기까지 10년을 참고 기다린 오오우바유리, 윤판나물, 노랑 물봉선, 왜현호색 등 다양한 종류의 풀꽃을 관찰할 수 있습니다. 마루야마 동물원의 바로 옆에는 에조도롱뇽의 서식지가 있어 도심 속의 순수 자연을 엿볼 수도 있습니다.

삿포로의 멋쟁이들이 살고 있는 마루야마 공원의 둘레에는 다양한 먹을거리도 있습니다. 마루야마 주민들이 애호하는 노가미 하나레의 부드러운 식빵, 맛있는 과자로 유명한 롯카테, 그리고 정통 프랑스식 요리에 일본식 매너를 자랑하는 몰리에르 몬타네 레스토랑은 미식가들의 시선을 끌기에 충분합니다. 몰리에르 레스토랑에서의 달콤한 한때 식사는 잠시 걸음의 피로를 잊게 해 줍니다.

숲으로 가면 그때 불어오던 바람도, 작은 소리도 시간이 흐른 후에는 꼭 같이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의 마음이 늘 변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 곳의 나무는 몇백 년 전 우리가 있기 훨씬 전부터 거기에 있었고, 우리가 떠난 후에도 변함없이 그대로 서 있을 것입니다. 

투레뿌 : 아이누족이 초여름이면 보존식으로서 중요한 turep(오오우바유리의 줄기)를 대량으로 채집했다고 함.

~ 마루야마 공원을 걸으며 ~

 

청설모의 도시락 까먹기

멋쟁이 깃털을 뽐내는 원앙(수컷)
남바람꽃의 봄
외로운 박새(암컷)
봄볕에 빛나는 삿포로 가로수
자작나무 봄꽃
홋카이도청 구 본청사 '아카렌가'
청설모의 도시락 까먹기
새 움트는 계수나무
봄물 가득한 계수나무
석양에 비친 계수나무 가지
청둥오리의 봄 나들이
원앙의 유영
청둥오리의 다이빙
에조야마사쿠라를 즐기는 사람들
자작나무의 여유로움
봄숲의 자작나무
자작나무의 하늘 바라기
모이와야마가 보이는 숲길
자작나무의 봄 햇잎
몰리에르 정식-1
몰리에르 정식-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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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리에르 정식-4
몰리에르 정식-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