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 숲~바이오필리아의 숲
편지를 써보셨나요?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려면 느려져야 한다고 합니다. 마음이 바쁘면 편지를 쓸 수가 없다는 말이겠지요. 아마 편지를 쓰려는 대상을 향해 마음을 추스를 여유를 가져야 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봄이면 사람들은 누군가를 기다립니다.
막연한 그리움이 골목의 끝날 즈음에 얼굴을 내밀면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편지를 쓰고 싶어 합니다. 편지를 쓰는 일은 어쩌면 나를 만나는 조심스러운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바이오필리아의 숲
개미의 연구로 유명한 하버드대학의 윌슨 교수는 인류의 삶의 기원이 우리의 유전자에 각인되어 있다는 ‘바이오필리아(Biophilia)’ 가설을 주장합니다.
바이오필리아란 생물, 생명(bio)과 사랑, 좋아함(philia)의 합성어로 사람의 마음속에 자연에 대한 애착과 회귀본능이 내재되어 있다는 사고입니다. 실제로 유전자의 ‘염색체17’번에 생명에 대한 태생적인 애정과 관심이 새겨져 있다고 주장하며, 우리 속에는 ‘바이오필리아’ 소양이 은연중 기록되어있다고 합니다.
윌슨은 사람들이 많은 경비와 시간 그리고 노력을 들여가면서 산과 바다를 찾는 이유를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바이오필리아 성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니까 우리들이 다른 생물들을 이해하고 사랑한 만큼 그 생물들과 우리 자신과의 관계에 더 큰 가치가 부여될 수 있으며, 잃어버렸던 자신의 존재를 되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숲은 우리에게 ‘바이오필리아’입니다.
숲으로 가면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우리는 종종 숲을 찾습니다. 숲으로 가면 거기에 나를 쉬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숲에 들면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 돌, 풀꽃과 나무 등으로 안도감과 평안을 느낍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 안에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숲에 다 있기 때문입니다.
아토피나 어린이우울감을 앓는 아이들도 어쩌면 우리 몸 안의 본능인 바이오필리아를 충족시킬만한 환경이 부족해서 병이 난 것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숲을 더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을 때 생명의 존엄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전환될 수 있고, 그로인해 우리의 삶이 평안의 길로 이끌림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경계의 숲
숲은 상상과 깊숙이 연결된 휴식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묵상을 제공하며, 또 다른 세계로의 편안한 ‘이끎’이 있는 곳입니다.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는 나의 피곤한 ‘차안(此岸)’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의 ‘피안(彼岸)’이 필요하듯이, 숲은 어쩌면 문지방(門地枋) 같은 곳이 아닐까? 힘든 세상과 안락한 쉼터를 연결하는 경계. 마치 동굴의 입구에서 동굴 속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또 다른 세상의 경계, 밝음과 어둠의 사이,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연결하는 묘한 공간.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가기 위한 그윽해서 잘 보이지 않는 통로 같은 곳. 그 숲을 지나면 이를 수 있는 피안의 세계.
외롭고 쓸쓸한 공간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열정을 일깨워 줄 나만의 공간. 숲은 쏟아지는 햇빛이 나뭇잎 사이로 어우러져 그려진 수채화 같은 곳이 아닐까요?
숲에서 찾다
삶에 지친 사람들이 숲을 찾는 이유는 마치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시끄러운 세상을 떠나 월든 호수가 숲 속에 오두막을 짓고 자연을 벗 삼아 홀로 청순하고 간소한 생활을 영위하며, 자연과 인생을 직시하는 삶을 사는 행위와 같습니다. 결국은 진정한 삶의 가치가 무엇이냐에 그 근원이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본능인 바이오필리아 성향이 있고, 우리가 숲을 찾아가 마음의 안정을 얻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숲은 세상(eidos)에서 이데아(idea)의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라는 생각을 가져봅니다. 육안으로 보는 세상이 아니라 마음의 눈으로 통찰되는 사물의 순수하고 완전한 형태를 찾아가는 길목. 자신의 눈에 보이지 않는 새로운 세계로 들어가는 통로가 숲인 것입니다.
아이들은 동굴에 들어가기를 좋아합니다. 그 행위는 어쩌면 ‘본연의 나’를 찾는 과정일지도 모릅니다. 숲을 걷는 것도 나만의 골방을 가기 위해 경계를 서성이는 일이라 여겨집니다. 초록의 숲길에서 나를 향한 편지를 써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