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걷기~수수꽃다리가 한창인 오도리 공원을 걸으며
삿포로의 '코로나19'는 걷는 걸음도 잠시 멈추게 합니다.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 묶였던 밀접 활동 억제가 이제나저제나 풀리는가 했는데 여태껏 어려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현상이 계속되면 우리 환경도 언택트 사회로의 진행이 빨라져 개인화가 급속해질 것 같습니다. 페르소나(persona)현상이 사람의 마음을 지배하게 되고, 미래의 일을 미리 보여주는 플래시포워드(flashforward) 효과가 생기게 되면서 점점 인간적 정서는 메말라 갈 것입니다. 이럴 때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해야 할지 오도리 공원을 걸으며 생각해봅니다.
삿포로 번화가의 가운데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오도리(큰길) 공원은 겨울에는 눈꽃축제, 5월이 오면 각종 축제로 떠들썩 하지만 지금은 '코로나19'로 한산합니다. 오도리는 수수꽃다리, 느릅나무, 칠엽수, 각종 벚나무 등 92종 4700그루의 나무로 둘러싸여 삭막한 도시를 초록빛과 수수꽃다리 향기로 그윽하게 만듭니다.
걷는 도중 간단한 점심을 위해 라면집을 들어섰더니 사람대신 기계가 주문을 받습니다. 편의 지향적인 일본문화는 직원과 마주치기를 꺼려하는 2030의 정서와 맞아떨어지는 언택트 성향이 소비, 마케팅, 서비스를 지배합니다.
ATM(Automated Teller Machine)이라는 간편한 현금 자동 입출금기로 1969년 미국 케미컬은행에 의해 소개되었던 '키오스크(Kiosk)'가 요즘 사회의 일꾼이 되었습니다. 백화점과 쇼핑몰, 패스트푸드점에서도 '키오스크'를 이용한 언택트 마케팅을 적극 시행하고, 사람 없이 주문과 결제를 진행합니다.
심지어 캐나다 온타리오 정부에서는 60군데가 넘는 키오스크를 이용해 사냥이나 낚시 면허증을 재발급받기도 하고, 주소를 수정하거나, 벌금을 내거나, 개인적인 면허증을 주문하는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러다가는 사람의 일자리가 줄어들어 더 큰 경제적 어려움이 생길지도 모르지만, 사회가 다변화될수록 또 다른 다양한 일자리가 생길 거라는 위안을 해봅니다.
'코로나19'는 이미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시키고 '적과의 동침'처럼 만남에 대한 거리낌을 가집니다. 모임에 대한 부정적 생각은 점점 개인주의를 지향하게 되고, 언택트 사회로의 속도가 빨라집니다. 미네소타대학 파우치 소장은 이미 이 사태의 장기화를 걱정해서 가을, 겨울, 혹은 2022년까지의 후폭풍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시스템을 정형화하여 사회적 구조마저 변화될 조짐이 보입니다. 온라인 교육이 발전하게 되고, 학교와 사무실이 사라지며 교육과 일터가 집으로 옮겨질 전망입니다. 선생님의 훈계와 회초리 소리는 사라지고 지식의 전달과 이해의 묘수만이 난무하는 세상이 될까 걱정도 됩니다.
자연히 밥상머리 교육이 중요한 자리를 차지하고, 교육의 장에서 부모교육이 더 심각해지는 세상이 될지도 모릅니다. 주요한 정책의 의사결정은 SNS로 폴리티컬 하게 결집될 것이고, 군중의 어리석음을 이용한 권력 소유는 대중연설보다는 네트워크를 이용한 외형적 권력 공유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의 환경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지혜를 가져야겠습니다. '따라 하기(同調行動)'라는 맹목적 삶의 방식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일본 사람들은 장보기(가이모노)를 할 때 다른 사람의 장바구니를 슬쩍 훔쳐보는 묘한 습관이 있는 것 같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의 장바구니에 든 물건을 꼭 같이 사는 현상은, 사실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도 있습니다. '남 따라 장에 간다'는 옛말이 그런 행위를 대변해줍니다. 쇼핑몰에서는 유명인이 입은 옷이나 물건을 광고하면, 곧 그 상품이 품절되거나 값이 오르는 효과가 생깁니다.
지금껏 우리의 삶이 내 가까운 사람에 대한 모방이었다면 이제는 나 만의 삶을 찾아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습니다. 이번 기회에 잠시 나 자신을 돌아보고 나의 걸음은 어느 방향으로 어떻게 걷고 있는지 숙고해보아야겠습니다. 삶의 진정한 가치는 무엇인지, 왜 내가 이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생각해봅시다. 남이 무엇을 하는지 곁눈질하는 삶을 벗어나서 나 만의 철학을 가져야겠습니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을 내가 왜 만나고 있는지, 어떤 의도였는지 깊이 생각해보아야겠습니다.
오도리의 봄이 오는 길을 걸으며 생각이 많아집니다. 5월의 오도리 공원에는 매년 축제의 향연이 펼쳐지지만 지금 벤치에는 노인과 홈리스(homeless)들이 향기로운 수수꽃다리 향기를 맡으며 한가한 햇빛 쬐기를 즐깁니다. 한켠에는 경제의 어려움으로 상인들은 울상이지만.....
오도리에는 늙은 느릅나무 몇 그루 서있는데, 턱 턱 갈라진 수피 사이로 오랜 인내와 연륜이 엿보입니다. 우리는 이 느릅나무의 수피를 통해 자신의 삶을 굿굿이 지켜온 '나무의 지혜'를 배워 볼 필요가 있습니다.
~ 수수꽃다리가 한창인 오도리 공원을 걸으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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