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숲

경남생명의숲 7월 소식

수풀7 2020. 8. 10. 13:20

경남생명의숲 7월호 소식지.pdf
4.70MB

<경남생명의숲 회원 함박꽃>

바람 타고 전해지는 진한 꽃향기에 이끌려서 밤 산책을 나왔습니다. 우리 집 앞에는 작은
정자가 있고 그 정자 옆 서너 걸음 떨어진 곳에 한 무더기의 치자나무가 심겨 있습니다.
치자나무에 꽃이 피어나면 꽃 핑계로 밤마다 이웃에 사는 친구를 부르고 집에 있는 캔
맥주를 들고 나와 꽃향기 안주 삼아 도란도란 정담을 나누고, 지나가던 동네 사람들 한
사람 두 사람 모여들어 자연스레 동네 반상회가 됩니다. 꽃향기 때문인지 술기운 때문인
지 하하 호호 높아진 목소리에 소란스럽습니다.
민원 받고 출동한 경비아저씨의 몇 번의 경고성 방문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이야기꽃은 모기에 뜯겨도 즐거웠던 치자나무꽃이 주는 우리 동네 명품 밤놀이
였는데 코로나19 상황으로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그리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치자나무는 중국에서 들어왔습니다. 늘푸른 작은키 나무로 꽃은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
고, 추위에 약하여 남부지방에 많이 심고, 중부지역 이상은 실내에 심어야 합니다.
잎은 긴 타원형이 마주나기로 달리고, 표면이 반질반질 윤기가 나고, 가장자리는 밋밋합
니다. 꽃은 여섯 장의 꽃잎이 초여름에 흰빛으로 피고. 꽃이 지고 나면 손가락 두 마디 정
도의 긴 타원형 열매가 달리고, 이 열매는 다양한 옷감에서부터 종이, 전통 음식의 노란
색깔을 내는 데 빠질 수 없는 재료였습니다.
또한, 치자나무와 비슷하지만, 꽃잎이 여러 겹으로 된 것을 ‘꽃치자’라 하는데, 꽃향기
가 진하고 꽃도 풍성하여 많이 심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옛 성인은 이런 치자나무에 네
가지 이로운 점이 있다고 하였습니다.
“꽃 색깔이 희고 윤기가 흐르는 것이 첫째, 꽃향기가 맑고 풍부한 것이 둘째, 겨울에도
잎이 변하지 않는 것이 셋째, 열매로 노란 물을 들이는 것이 넷째”라며 칭송하였는데, 꽃
도 예쁘고 그 쓰임새도 많은 치자나무의 특징을 잘 표현한 것 같습니다.
치자나무꽃은 뜨거운 여름 햇볕보다는 은은히 내려앉은 달빛에 보아야 그 꽃의 우아함
을 제대로 볼 수 있고, 약간 무겁게 내려앉은 밤바람에 실려 서너 걸음 뒤에서 그 향기를
맡아야 일품입니다. 혹시 가까운 곳에 치자나무가 있으면 코로나19로 마스크와 더위에 지
치고 제대로 숨쉬기도 힘든 어려운 상황을 밤 산책하며 그 꽃향기에 기대어 즐겨 보는 것
도 좋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