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숲

경남생명의 숲 9월 소식

수풀7 2020. 9. 11. 10:12

경남생명의숲 9월호 소식지.pdf
4.96MB

아버지의 나무                                                                                                   함박꽃|경남생명의숲 회원
국민 누구나 좋아하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나무는 소나무입니다. 소나무는 우리
가 살고 있는 곳 어디서나 서너 걸음 나아가면 고개를 들어 볼 수 있는 나무 중의 하
나로, 우두머리를 뜻하는 순우리말‘ 수리’가‘ 술’로, 술이 다시 ‘솔’이라는 말로,
‘솔나무’가 다시 ‘소나무’로 바뀌어 불리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소나무의 열매를 ‘솔
방울, ’잎을 ‘솔잎’이라고 부릅니다. 소나무는 애국가에도 나왔듯이 힘든 바람이 불
어도 당당한 기상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며 변함없이 푸르고 곧게 우리의 마음속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나에게 소나무는 고향의 나무입니다. 나의 고향 하동은 천연기념물 소나무 숲이 있
습니다. 이 소나무 숲은 옆으로 흐르는 섬진강의 바람과 모래를 막기 위해 조선시대
혜안이 밝은이가 조성한 인공숲으로, 사시사철 푸름을 잃지 않는 소나무 800여 그루
가 웅장함을 자랑하며 서있습니다. 이 소나무 숲은 나에게 유년 시절의 추억과 그리
움이 묻어 있는 곳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동네어르신들과 함께 이
곳 숲에서 소나무를 돌보는 지킴이 활동을 하셨고, 삶터를 옮겨 사는 나는 고향에 갈
때마다 이곳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반겨주시는 아버지를 만나곤 했었습니다. 지금 아
버지는 계시지 않지만 이 소나무 숲은 변함없이 긴 여운으로 남아서 아버지에게 응석
부리듯 내 삶의 무게들을 토해내며 위로합니다. 그리고 내 아이들과 소나무 숲에 들
때면 따뜻했던 할아버지의 넉넉한 품처럼 여전히 변함없이 반겨줍니다.
옛날 옛적 어떤 지혜로운 이의 노력으로 멋진 소나무 숲을 내 숲처럼 누릴 수 있어
감사합니다. 소나무 숲이 나에게 그랬듯이 먼 훗날 내가 아버지 곁으로 갔을 때 내
아이들에게도 행복한 기억과 추억으로 이 소나무 숲이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장마와 폭염 그리고 언제 끝날지 기약이 없는 코로나19라는 바람 앞에서 힘들고
지치지만 소나무처럼 푸르고 당당하게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넉넉한 품으로 이 난국
을 잘 이겨내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