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숲

경남생명의숲 10월 소식

수풀7 2020. 11. 6. 10:58

경남생명의숲 10월호 소식지.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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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무야!
                                                                      함박꽃/경남생명의숲 회원

바람이 바뀌었습니다. 나무들은 열심히 달려온 시간의 걸음을 늦추고 겨울 채비
를 합니다. 이른 봄에 깨어난 버드나무와 벚나무는 잎을 떨구기 시작한 지 오래되
었고, 먼 산의 나무 빛깔도 변하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는 겨울나기 준비를 틈틈이
하면서도 끊임없이 하엽(夏葉, late leaves)을 내어 삶에 대한 열정을 불태웁니다.
그런 나무의 끊임없는 성장을 보면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로 사람살이가 변
하여 누구랄 것 없이 힘들고 지치지만, 힘을 내어 봅니다.
처음 함께했던 도반(道伴)들이 떠나고 홀로 남아 숲지기로 살며, 작은 살림살이
에도 넘쳐나는 일들로 마음이 지치고 몸이 힘들 때마다 나무에 기대어 숨 고르기
를 하다 보면 숨통이 트여 또다시 힘을 내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습니다. 비 맞
으며 걸어온 시간이 외롭고 고단하였지만, 그 비들이 자양분(滋養分)되어 마음에
자라나 단단하게 굳어졌습니다. 숨을 고르고 괴로움 털어내며 숨통을 트고, 마음
에 중심을 잡아 다시 힘을 내게 하는 나무 친구들이 있어 용기를 낼 수 있었고 행
복했습니다. 평생의 멘토로 오랜 시간 변하지 않고 믿음을 주는 나무를 파트너로
함께 일할 수 있었던 것이 큰 행운이었습니다.
이른 새벽 나무 사이를 걸으며 “안녕, 나무야!”안부를 물으며 하루를 시작합
니다. 또 새날이 시작되었고, 튼튼하게 뿌리내리려 작은 걸음을 걷습니다. 마음
에 채워지지 않는 허기는 여전히 있지만, 그리고 많은 도반이 함께해 수많은 크
고 작은 일로 하루하루가 녹록치 않지만,
그래도 든든한 믿음 가는 뒷배가 있어 허허
허 웃으며 여여(如如)하게 작은 걸음을 떼며
나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