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생명의숲 11월 소식
네가 좋다
함박꽃/경남생명의숲 회원
나무와 오랫동안 함께하다 보니“어떤 나무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을 받을 때가 많다.
모든 나무를 좋아하지만 꼭 하나를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주저 없이 은행나무라고 말한다.
나무 중에서 사람과 가장 닮아 있는 나무, 멸종위기의 귀한 나무, 세상에 홀로 남아 온갖
어려운 환경에도 묵묵히 스스로 빛을 내며 자신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는 나무, 봄, 여름, 가
을, 겨울 다른 빛깔로 설렘을 주는 나무, 그래서 항상 새로운 나무, 암꽃과 수꽃이 따로 피
지만 언제나 서로 찾아내어 그 결실을 맺는 나무, 한결같고 변함없이 공룡이 살던 때부터
지금까지 오랜 세월을 우리 곁에 함께한 나무가 바로 은행나무다.
은행나무의 열매는 은빛이 나는 살구씨라는 의미에서 은행(銀杏)이라하고, 그 색이 흰 까닭
에 백과(白果)라고도 한다. 나무가 오래 되어 호흡이 힘들어지면 줄기에서 호흡작용을 위해
공기뿌리 역할을 하는 기근(氣根) 즉, 유주(乳珠)를 내기도 한다. 열매를 맺는데 오랜 시간이
걸려 할아버지가 심고 손자 때 그 열매 맛을 본다하여 공손수(公孫樹), 잎 모양이 오리발을
닮았다고 압각수(鴨脚樹)라고 부르기도 한다.
가을, 우리 주변의 나무들 증 은행나무만큼 미움과 찬사를 같이 받는 나무가 있을까?
혈액에 좋은 약재로 사용되는 은행을 줍기 위해 손으로 만지면 자기방어를 위해 열매껍
질에 있는 피톤치드가 사람들의 손에 물집을 잡히게 해 곤혹을 치르게 하고, 신발에 묻
어 고약한 냄새가 하루 종일 괴롭히고, 간판이나 집의 햇볕을 가린다고 제 모양대로 맘껏
자랄 수도 없어 거리나 학교 교정의 나무는 그 모양이 정해져 있는 것처럼 댕강댕강 잘라
져 안타깝게 살아간다. 하지만, 가을이면 은행나무는 그 어떤 섞임 색 없이 변함없이 노
랗게 물들어 사람들 곁을 따뜻하게 지키고 있다. 사람들은 그 빛깔에 환호하고 찬사를
보낸다. 세월이 지날수록 은행나무는 더 웅장하고 깊어지고 넉넉해진다. 나는 그런 은행
나무에 감동하지 않을 수 없고 설레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나도 그렇게 변치 않고 따뜻
하게 늙어가고 싶다.
은행나무야! 나는 네가 참 좋다. 변함없이 내 곁에 있어줘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