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호마을숲은 연안 이 씨의 집성촌인 동호마을 어귀에 조성된 숲으로, 소나무가 주를 이루며 느티나무, 상수리나무가 중간에 함께 심어져 있다. 마을 형태가 곡식의 껍질을 골라내는 챙이(키)처럼 생겼는데 남쪽은 챙이 끝이라서 재물이 날아가 버리는 형국이라고 하여 이를 막기 위해 마을 입구에 소나무를 넓게 심어 재물을 가두고자 했고, 그 속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음이 담겨있어 더욱 아름다운 숲이다. -
솔숲의 향기와 돌담이 어우러진 마을
가을바람 따라 포도밭 정겨운 들길을 걷다 보면, 솔향기 가득한 숲 내음으로 코끝이 상긋한 마을을 만난다.
오래된 마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아닐지라도 마을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져버린 곳, 거기에는 옛사람들이 여유로이 걸었던 삶의 이야기가 돌담 사이로 가득하다.
제15회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 공존상
경상남도 거창군 웅양면 동호 전통마을숲
울창한 소나무 숲길에 묻혀 걸으면, 마을 모퉁이에는 윤초시 손녀가 불쑥 나올 것 같은 호두나무에 튼실한 호두가 알알이 달려있고, 숲 끝자락에 오랜 세월의 흔적이 엿보이는 느티나무가 의연하여, 그 숱한 상체기로 마을의 연륜을 짐작케 한다.
마을 안쪽은 마치 몰락하는 옛 이씨조선의 흰옷 입은 사람들과 지금 사람이 어제 있었던 아랫 담 조카의 혼례 이야기를 나누는 듯 한적한 돌담길로 이어지고, 거뭇한 담들은 오랜 세월에 견딘 이끼와 담쟁이덩굴로 옛 삶의 정취와 그 시절 이야깃거리를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길옆 평상에는 마른 대추 같은 얼굴 주름으로 아흔은 족히 넘긴 듯 보이는 할아버지 담배연기가 초가을 따끈한 햇빛 사이로 한가로이 퍼진다.
동호리 이씨 고가와 영은 고택
동호마을은 연안 이 씨 집성촌
연안 이씨 안방마님의 나긋한 잔소리가 대청마루로부터 나올듯한 길가 대문채쯤에는 담의 높이가 높아 까치발로도 뜰 안을 들여다보기가 쉽지 않지만, 마을을 가로지르는 맑은 천을 따라 이어지는 돌담은 나지막해 그 옛날 옆집 어르신 헛기침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삐쭉삐쭉한 돌담과 잘 어울리는 오래된 한옥, 동호리 이씨 고가와 영은 고택은 옛 손길이 그대로 잘 보존되어 문화재자료로 지정되어 있고, 이 고가들과 함께 두런두런 사이좋게 서 있는 옛집들은 솟을대문 안으로 그 옛사랑 흔적이 남아있는 듯 달콤한 이야기 소리 주저리주저리 들리고, 마을의 재실은 오래된 흔적으로 연안 이씨 문중의 부유한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가을에 꽃씨를 심으면 가을 냄새가 나는 꽃을 피울 수 있을까?
일상의 바쁜 마음으로 왜곡된 세상을 살다보면 자연으로부터 엉뚱한 보챔을 기대할 때가 있다. 우리는 늘 그 왜곡된 시선으로 안절부절 못하며 아직도 회색 도시숲을 배회하고 있지는 않은지...
연갈색 가을빛이 물들어가는 감나무 사이로 희뿌연 저녁연기 피어오를 때, 솔향기 머금고 아름다운 옛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동호마을을 한번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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