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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걷기~미우라 아야코의 숲에서 보내온 편지 요즘은 틈이 나면 한가히 숲을 걷는 것이 일상의 茶飯事가 되었습니다. 천천히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는 것처럼... 차를 마시는 것은 그 맛을 느끼기보다는 김이 오르는 찻잔을 바라보며 멍하니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 위한 행위인지도 모릅니다. 우리 한자말에 ‘끽다(喫茶)’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중국의 옛이야기 ‘끽다거(喫茶去)’에서 유래된 표현으로 상대적 사유를 초월한 평상심 즉 ‘차나 한잔하지 그래...’라는 뜻을 가집니다. 삿포로에는 유난히 찻집이 많습니다. 일본의 찻집을 ‘喫茶店(킷샤텐)’이라 하는데, 공손한 주인이 직접 간단한 식사와 갖가지 디저트를 대접하는 가게를 말합니다. 일본 사람들은 ‘킷샤텐’에서 한가히 앉아 신문을 뒤적거리거나, 친구를 만나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며 차와 다과를 즐기는 관습이 ..
틈~틈 사이로 실눈 고양이 등에 졸음이 얹히고, 피익~ 피익~ 물주전자 끓는 소리가 정겹습니다. 뚜껑 위 구멍은 오래전 잊었던 존재의 의미를 되찾았습니다. 작은 틈으로 새어 나오는 뜨거운 김이 오후의 햇살 속으로 퍼져나가는가 하더니, 딸각딸각 소리를 내며 들썩거립니다. 들릴 듯 말 듯 느릿한 선율이 무거운 어깨를 내려놓게 하는 한가한 오후 주전자는 느낌 좋은 무율 타악기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공간은 바쁨으로 인해 짜증 난 소리로 가득합니다. 빠른 성과를 위한 재촉 내 주장을 성취시키기 위한 담판 내 욕심을 채우기 위한 고함 내 부족함을 감추기 위한 큰소리 남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교활한 거래 하루 종일 들려오는 시끄러운 소리가 우리를 불안으로 이끌 즈음이면, 낡은 주전자에서 들리는 편안하고 부담 없는 소리를 들으..
조현용 교수~우리말로 깨닫다(22.3.14)-신어 유행어의 세계, 언젠가는 지나간다 http://www.dongpo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5522&fbclid=IwAR0vfrf6nWmEmdwAisqggCIy9idWY3Mn4h0dZhwUjLm_TKT4MxAyNDRYwW4 [우리말로 깨닫다] 신어 유행어의 세계, 언젠가는 지나간다 - 재외동포신문 2020년은 20이 두 번 반복되어 왠지 기분이 좋은 해였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일본이 하계 올림픽을 그 해로 유치하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2020년의 시작은 끔찍했습니다. 코로나가 급속도 www.dongponews.net
조현용 교수~나를 살리는 몸의 말 우리의 몸은 힘들 때 신호를 보냅니다. 힘들다고. 정말 너무 힘들다고.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더 힘들어지거나 아주 끝이 납니다. 그런데 내가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알아차리고 대비를 해 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몸은 참 신기한 비밀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힘들 때 하는 수많은 행위는 사실 이런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답답할 때 하는 행위를 볼까요? 여러분은 힘이 들 때 어떤 행동을 합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행동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런 행위의 이유나 원리 등을 살펴보는 일은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이 본다면 수많은 논문거리일 수 있겠습니다. 한편 논문으로 쓴다면 머리가 아프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
조현용 교수~아름다운 우리말(22.02.20)-호두 두 알 https://news.koreadaily.com/2022/02/20/society/opinion/20220220165253497.html?fbclid=IwAR3x1DL0E97L7nZLqCYlWIqIAkOGF75I7SMtd6PreRqvTRqhmYhRPxuWL_0 [아름다운 우리말] 호두 두 알 news.koreadaily.com
조현용 교수~친하게 지내세요 ‘친하다’라는 말은 물론 한자 친(親)에 ‘하다’가 붙은 말입니다. 저는 1음절 한자에 ‘하다’가 붙는 말을 볼 때마다 우리말에 한자가 폭넓게 들어와 있음을 새삼 느낍니다. 친이라는 말은 혼자는 쓰이지 않는 말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친하다의 반대말은 한자로는 잘 나타나지 않는 것 같습니다. 굳이 만들어 쓰자면 ‘혐(嫌)하다’ 정도를 쓸 수 있을까요? 아무튼 반대말이 없는 것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나쁜 말은 가능하면 만들지 않고, 쓰지 않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말 쓰며 살기에도 짧은 세상 아닌가요? ‘친’이 들어가는 말은 다정한 느낌이 있습니다. 친의 기본적인 의미가 가깝다는 의미니까 그런 느낌이 들 겁니다. 친하다라는 말은 이런 느낌의 시작점입니다. 다른 단어도 생각해 볼까요? 친하니까 친구(親..
조현용 교수~우리말로 깨닫다(22.2.10)-다시 윤동주 http://www.dongpo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41454&fbclid=IwAR2swEicSLoPQKTcHCqsF1NULrcrj2OCXIsAToDxzI-E6YQ6O467tkWjszk [우리말로 깨닫다] 다시 윤동주 - 재외동포신문 한국인이 제일 좋아하는 시라면 윤동주의 ‘서시’와 김소월의 ‘진달래꽃’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진달래꽃에 한국인의 사랑과 정서, 한이 담겨있다면 윤동주의 서시에는 절실함 또는 www.dongponews.net
경남생명의숲 2022년 3월 소식지 내가 나무를 사랑함은 - 김인성 - 내가 나무를 사랑함은 초록으로 빛나는 햇살 투명한 잎맥 사이 고운 이파리 때문은 아닙니다 내가 나무를 사랑함은 가지 사이로 묻어나는 그녀의 입김처럼 향기로운 꽃 내음 때문은 아닙니다 내가 나무를 사랑함은 담갈빛 수수한 세월 숨길 수 없어 패인 갈라터진 수피 때문은 아닙니다 내가 나무를 사랑함은 사소한 어려움 거친 바람에 흔들릴지언정 힘없이 눕지 않으며 내가 나무를 사랑함은 어쩌면... 아기 진홍가슴새 울음에도 마음 깊숙이 배인 담담함 말없는 침묵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https://blog.naver.com/gnforest2/222660152110 수풀에서(2022년 3월) (사)경남생명의숲 회원가입 신청서(네이버폼) : http://naver.me/5yrYIRCE 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