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숲’이란 ...
초록물이 뚝뚝 떨어지는 6월은, 이제 다 네게 주었으니 마음껏 취하라, 마음도 인연도 초록으로 물들라는 하늘의 메시지입니다. 우리에게 6월은 주저 없이 햇살 눈부신 잦은 풍경으로 신록의 축복을 내려주었습니다. 한 계절을 맞이하여 누군가에게 턱 하니 내어줄 수 있는, 있을 것만 같은 빛깔을 떠올려 봅니다. 뭇사람들은 그것을 여러 그루의 나무로 일컫기도 하고, ‘숲’이라고도 하고, 숲을 위한 삶을 갖고 있으므로 ‘숲 사람’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내가 ‘知天命’이 되었을 때, 탁오 이지(李贄)선생의 글을 읽고 지나온 삶에 대해 큰 부끄러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 즈음에서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깊은 생각에 빠졌고, 그 생각에 꼬리를 물고 ‘숲’에 대한 끊임없는 상념이 떠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나무는 태생부터 스스로 이동권이 보장될 수 없어, ‘생태사회적’으로 볼 때 매우 취약한 위치에 있다는 생각을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인간의 시각에서 볼 때, 나무의 서있는 위치가 인간에게 불편하게 느껴질 때는, 즉시 뿌리 채 뽑히거나 잘려버리게 되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불합리한(나무의 시각에서) 현실을 바라보며 나는 이제라도 나무의 편에 서서 세상을 살아보기로 작정했습니다. 나무도 생각이 있어서 뿌리를 내리고 싶은 땅이 따로 있기 때문입니다.
숲은 피안(彼岸)의 길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 우리는 종종 숲을 찾습니다. 숲으로 가면 거기에 나를 쉬게 하는 무언가가 있기 때문입니다. 숲에 들면 햇빛과 바람과 물과 흙, 돌, 풀꽃과 나무가 안도감과 평안을 줍니다. 그것은 인간의 본능 안에 익숙하게 자리 잡고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숲에 있기 때문입니다.
숲은 상상과 깊숙이 연결된 휴식의 공간으로 우리에게 묵상을 제공하며, 또 다른 세계로의 편안한 ‘이끎’이 있는 곳. 머릿속의 복잡한 생각을 떨치기 위해서는 나의 피곤한 ‘차안(此岸)’에서 벗어나 다른 세계로의 ‘피안(彼岸)’이 필요하듯이, 숲은 어쩌면 문지방(門地枋) 같은 곳이 아닐까? 힘든 세상과 안락한 쉼터를 연결하는 경계. 마치 동굴의 입구에서 동굴 속으로 들어갈 때 느끼는 또 다른 세상의 경계, 밝음과 어둠의 사이, 이쪽 세상과 저쪽 세상을 연결하는 묘한 공간.
자신의 내면 깊은 곳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공간으로 가기 위한 그윽해서 잘 보이지 않는 통로 같은 곳. 그 숲을 지나면 이를 수 있는 피안의 세계. 외롭고 쓸쓸한 공간에서 진정한 ‘나’를 발견하고 새로운 삶의 열정을 일깨워 줄 나만의 공간. 숲은 쏟아지는 햇빛이 나뭇잎사이로 어우러져 그려낸 수채화 같은 곳이 아닐까?
숲이 내린 뿌리의 부대낌으로
숲길을 걸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숲길을 걸으면 화가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얻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숲을 찾습니다. 그래야 스스로의 울화(鬱火)를 누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공기와 재잘거리는 새소리, 초록빛깔 희망의 세계가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숲은 자신의 몸에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여 숲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희망하기도 합니다.
‘숲 사람들’과 함께 온전한 초여름 풍경 속에 눕고, 앉고, 묻히면, 모두에게 염려와 사랑으로 극진한 숲일 것입니다. 늘 우리는 아니 나는 숲이란 풍경에 지나지 않았지만, 아름답고 곱고 예쁘다고 감동했던 것은 숲을 가꾸는 사람들의 숲의 여정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애기똥풀꽃이 아직도 신선한 것도, 꽃으로 숲이고 싶은 것일 겁니다. 가슴 넓은 나뭇잎의 색색 표정과 나긋나긋 바람 불어 표현하는 언어들은 모두가 한 몸으로 ‘숲’입니다.
사람들은 그저 나무를 많이 심으면 그게 ‘숲 가꾸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제는 숲에 묻어있는 다양한 문화와 숲의 ‘마음 다스림’도 중요할 때입니다. 숲을 가꾸되 다양하고 고운 문화가 스민 숲, 마음을 다친 사람을 치유할 수 있는 숲, 그래서 숲과 함께 지속가능한 삶, 풍성한 행복을 영위할 수 있는 삶을 만들어야겠습니다.
이제부터 헛헛한 마음에 20살 된 초록빛 청년의 열정과 숲이 내린 뿌리의 얽힌 부대낌으로 함께해야겠습니다.
간단하지만은 않은 숲의 철학을 묵묵히 공감하며 ‘경남생명의 숲’이 이끄는 숲길을 걸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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