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온 동네는 나무심기로 바쁩니다.
그 나무가 어떤 나무이건 어린나무를 심는 손길에서 먼 미래의 희망을 보기 때문입니다.
“플란타 아르볼레스, 플란타 에스뻬란짜”
(나무를 심자, 희망을 심자)
코스타리카의 파괴된 열대우림을 회복하기 위해 부르짖었던 슬로건입니다. 지구의 어느 곳이든 숲은 희망입니다.
숲은 희망입니다.
숲길을 걸으면 왠지 기분이 좋아집니다. 아무리 화가 나도 숲길을 걸으면 화가 가라앉고 차분해지는 느낌을 얻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화가 나면 나도 모르게 숲을 찾습니다. 그래야 스스로의 울화(鬱火)를 누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맑은 공기와 재잘거리는 새소리, 초록 빛깔 희망의 세계가 그곳에 있기 때문입니다. 계절이 바뀌면 숲은 자신의 몸에 어울리는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여 숲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을 희망하기도 합니다.
특별히 우리나라의 숲은 소나무의 아름다움이 세계 어느 숲에 비길 수가 없습니다. 열대우림은 늘푸른넓은잎나무, 시베리아는 눈 덮인 잎갈나무를 자랑하고, 뽀얀 피부의 자작나무를 통해 러시아문학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어느 나라나 그 나라 고유의 숲을 갖고 있는 것처럼 소나무도 우리만의 기개를 자랑하며 추운 겨울을 이기는 푸른 숲을 자랑합니다.
사이버 공간의 젊은이들
요즘 들어 특히 사이버 공간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젊은 세대들은 숲을 비가상 현실적인 무미건조한 공간으로 받아들이는 듯합니다. 그들에게 숲은 마치 동떨어진 한가한 세상, 바쁜 세상에서 멀어진 외딴곳으로 인식되어 가까이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메마르고 바쁜 세상을 사는 그들에게 숲은 삶에 큰 보탬이 안 되는 장소이기 때문일 겁니다. 자고 나면 달라지는 현실세계를 극복하기에는 숲은 너무나 느린 변화를 보여주기 때문이지요.
세계화의 영향도 여러 국가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서로 비슷한 생각과 행동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 요구에 따르기 위해 젊은이들의 삶은 지치고 힘든 여정을 겪습니다. 이런 찌든 현실 속에서 이제 숲의 역할은 예전과는 크게 달라져야 할 것입니다.
숲의 가치
숲은 이제 더 이상 단순히 목재를 생산하거나 맑은 공기를 마시며 심신을 단련하는 공간만으로 남아 있을 수는 없습니다. 숲은 산업화, 도시화, 세계화 등으로 잃어버린 우리 자신의 정체성을 되찾는 공간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왜냐하면 숲은 우리 인류의 고향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더듬어보면 우리 조상인 최초의 인간이 지구 상에 나타난 지는 수백만 년 전이며, 그로부터 인간은 현재까지의 역사에서 90% 이상을 수렵생활을 해왔고, 문명의 이기가 발달하여 도시생활을 한 시점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인간은 모든 생활이 숲을 중심으로 자연의 특정한 정보에 의존하는 생활을 했을 것이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이제 우리 마음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숲을 가까이하고,, 우리가 생각하고 느끼는 모든 행위에 자연의 소리가 들어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잃어버렸던 마음의 고향을 찾아 숲에 들 때 비로소 우리의 삶이 윤택해지고 평안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숲에 길을 묻다
어떤 연구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인공환경보다는 자연환경을 선호하고, 아무것도 없는 인공환경보다는 물, 나무, 풀과 같은 자연이 있는 인공환경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자연 선호의 패턴은 문화나 민족을 초월하여 일관성을 갖는다는 주장입니다. 결국 인간이 선호하는 환경은 숲이며, 우리가 오랫동안 간직하고 있는 유전자의 근원은 숲으로부터 왔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특히 우리 숲은 아마존의 열대우림이나 거대한 나무로 이루어진 북미 서해안의 온대우림을 부러워하지 않습니다. 이는 우리의 여유로운 문화와 얼이 담겨 있는 세계에서 유일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가야 할 방향은 바로 우리 유전자가 스며있는 우리만의 숲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소나무의 굽은 등으로부터 푸른 희망을 되찾아서, 이제 우리는 숲에 길을 물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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