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삿포로 걷기~물방울의 합창 삿포로의 봄은 지난겨울 참 멀리도 여행을 떠났었나 봅니다. 4월이 훌쩍 넘은 지금, 상습 지각생 봄은 저 너머 언덕에서 아침 햇살에 조는 고양이처럼 물끄러미 바라만 보고 있습니다. 고국은 지금 벚꽃이 벌써 졌는데, 삿포로의 봄은 아직 저만큼 있습니다. 어젯밤은 비가 내렸습니다. 여명(黎明)에 쌓인 숲은 새벽별이 쏟아져 물방울 되어 영롱합니다. 숲은 곧 조용한 합창이 시작될 듯 고요합니다. 경탄스러운 친밀감으로 엉겨 붙은 방울들은 낮은 가지로 흘러내리며 겸허의 떨림을 만들고, 나무는 마치 선율에 취한 지휘자처럼 온몸을 흔들기 시작합니다. 후드득, 새벽기도 나서는 외할머니 등 뒤 마른기침처럼, 무거운 짐을 주체 못 해 떨어져 내리는 몸이, 잘게 부서지며 아직 잔설(殘雪)이 남은 숲 바닥을 적십니다. 오래전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