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연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치유의 숲~연필이 된 삼나무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들립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내기 고사리 손에서, 갓 들어온 미술학원 신입생 데생 종이 위에서, 새 상품을 꿈꾸는 패션 디자이너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늙은 작가 돋보기 너머 흩어진 원고지 사이로, 연필 소리 어릴 적 어머니가 장독을 닦는 모습은 참 느긋하기도 하고, 답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단지 닦는 일에 몰두한다기보다 식구들 먹거리를 어떻게 장만할까 궁리 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어젯밤 아버지와 다투어 불편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삭임의 과정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빈 종이에 긁적거리는 연필 소리도 어쩌면 혼란한 속마음을 다잡기 위함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사각거리는 그 소리는 마치 우리 삶의 시작처럼 여겨집니다. 시작은 늘 그렇듯 서툴고 어색합니다. 혀끝에 연필심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