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용 교수~토닥토닥 우리말-3(21.09.06)-'기쁘다'의 반대는?

  안녕하세요. 조현용입니다.
세상을 살면서 우리는 늘 기쁜 일만 있길 바랍니다. 즐거운 일만 가득하기 바라고, 다른 이들도 늘 기쁘고, 즐겁고, 행복하기를 기원하죠. 하지만 어떤가요? 늘 행복하고 기쁜 일만 일어나던가요? 우리의 바람대로 늘 기쁘고 행복하고 즐겁게 살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기쁘다’는 말에서 그 답을 찾아볼까 합니다. 

‘기쁨’의 반대는 무엇일까요? 슬픔? 분노? 다양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을까 싶은데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반대’는 완전히 상반된다는 의미가 아닐 수 있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기쁨의 반대가 슬픔이라고 하면 기쁨과 슬픔은 전혀 관계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는데요. 반대라는 말에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이죠. 하지만, 사실 기쁨과 슬픔은 완전히 다른 게 아닙니다. 기쁨과 슬픔은 상호적이기도 하죠. 기쁨에 슬픔이 포함되어 있기도 하고, 슬픔에 기쁨이 포함되어 있기도 합니다. 우리의 감정은 이런 복잡해 보이는 상황에 들어가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요.

눈물이라고 하면 흔히 슬픔을 떠올리지만, 눈물은 슬픔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너무 기뻐도 눈물이 나니까요. 눈물은 기쁨과 슬픔을 공유합니다. 기쁘지만 슬픈 경우도 있고, 슬프지만 기쁜 경우도 있죠. 예를 들어 자녀의 결혼식은 기쁜가요, 슬픈가요? 쉽지 않죠? 슬픔이 깊어져 기쁨을 알게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가여운 사람을 슬퍼할 수 있는 이는 이미 슬픈 사람이 아니라 기쁜 사람입니다. 억눌린 사람과 함께 아파하는 사람도 아프지만 기쁜 사람이죠. 세상을 슬퍼할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세상의 진정한 기쁨을 아는 사람이니까요. 이처럼 쉽지 않은 게 우리의 감정입니다. 

성경을 보면 '범사(凡事)에 기뻐하라.'는 말이 나오는데요. 참 어려운 말입니다. 왜냐하면 범사에는 슬픔도 아픔도 서러움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범사에 기뻐할 줄 아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입니다. 아파도 슬퍼도 서러워도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기뻐할 수 있고, 그런 사람이야말로 어떤 순간이 와도 행복한 사람이기 때문이죠. 

자, 그럼 기쁘다의 반대는 무얼까요? 기쁘다는 말은 어원적으로 '깃다'에 '브'가 붙어서 된 말로 볼 수 있습니다. '깃다'는 현재 '기꺼이'라는 말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데요. ‘기꺼이’라는 말이 '기쁘게'라는 뜻인 거죠. 달리 말해서 하고 싶어 한다는 말입니다. 기꺼이 가겠다는 말은 가고 싶다는 의미이고, 만남이 기쁘다는 말은 만나고 싶어서 설렌다는 의미인 것이죠. 

그래서 저는 기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말로 해석하는데요. 굳이 기쁘다의 반대를 말한다면 '억지로 하다'를 들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억지로 사람을 만나고, 억지로 공부를 하고, 억지로 음식을 먹고, 억지로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하는 것이 즐거울 리 없겠죠. 슬픈 이를 만나면 슬프지만 슬픔을 나누고 덜기 위해서 노력한다면 그 만남도 기쁠 겁니다. 아픈 이를 만나는 것도 마찬가지인데요. 아픈 이에게 필요한 것은 같이 아파하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럽게 아픔도 기쁨이 되지요.

슬픔도, 아픔도 나쁜 것이 아닙니다. 세상 모든 일, 범사는 힘들고 고통스러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기꺼이 맞이하면 삶은 기쁨으로 바뀌게 될 것입니다. 어렵지만 그게 변하지 않는 진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