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몸은 힘들 때 신호를 보냅니다. 힘들다고. 정말 너무 힘들다고. 그 신호를 알아차리지 못하면 더 힘들어지거나 아주 끝이 납니다. 그런데 내가 알아차리는 경우도 있지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몸이 알아차리고 대비를 해 주기도 합니다. 우리의 몸은 참 신기한 비밀을 안고 있습니다. 우리가 힘들 때 하는 수많은 행위는 사실 이런 신비를 담고 있습니다.
우리가 너무 답답할 때 하는 행위를 볼까요? 여러분은 힘이 들 때 어떤 행동을 합니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하는 행동에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이런 행위의 이유나 원리 등을 살펴보는 일은 아주 흥미로운 일입니다. 전문가들이 본다면 수많은 논문거리일 수 있겠습니다. 한편 논문으로 쓴다면 머리가 아프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냥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것 같습니다. 내 몸이 나를 얼마나 위하는지 깨닫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놀라는 일이 있으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가슴을 쓸어내리는 행위가 우리를 안심시키는 행위입니다. 심장이 너무 뛰어서 그럴까요? 아무튼 터질 것 같은 심장을 달래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크게 한숨을 쉬기도 합니다. 한숨이라는 말 자체가 큰 숨이라는 뜻이니 같은 말을 반복한 셈입니다. 한숨을 쉬면 위로가 됩니다. 종종은 한숨이 걱정의 표시기도 하지만 어쨌든 나를 위로하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어쩔 줄 모를 때는 가슴을 쥐어뜯기도 합니다. 가슴을 치기도 하지요. 가슴이 답답해지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느낌 때문일 겁니다. 실제로 가슴에 있는 흉맥에 기운이 막히는 것이라고도 하니 시원해지는 게 당연할 수 있겠습니다. 겉에서라도 만져주어 기의 흐름을 뚫어주는 것입니다. 기가 막혀서 답답한 겁니다. 기가 막힌 일 아닙니까?
어쩔 줄 몰라서 발을 구르기도 합니다. 동동 구른다고 표현하는데 동동에 느낌이 잘 드러납니다. 작은 발걸음을 빠르게 옮기는 느낌입니다. 어쩔 줄 모르는 거죠. 볼일이 급할 때도 비슷한 행위를 합니다. 급하니 빨리 움직일 준비를 하는 느낌입니다. 화장실 문을 열자마자 뛰어 들어가는 모습이 상상이 됩니다.
생각이 안 나면 머리를 쥐어짭니다. 자기의 머리를 때리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한다고 생각이 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두피에 적절한 자극을 주는 게 효과적입니다. 지나친 자극은 기억력에 해로운 영향을 미칩니다. 멍해진다고나 할까요? 그런 의미에서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기분 좋은 행위입니다. 다른 사람의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칭찬의 의미입니다. 격려의 의미이기도 하죠.
쓰다듬는 것은 온도를 전하는 행위입니다. 종종 온도는 사랑이 됩니다. 엄마가 아이의 배를 쓰다듬는 게 대표적입니다. 배가 아픈 아이는 배가 낫고, 잠을 못 이루는 아이는 스르르 잠에 빠져듭니다. 쓰다듬는 것과는 조금은 다르지만 어깨를 토닥이는 것도 격려이면서 위로가 됩니다. 굳은 몸을 풀어주는 행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더 적극적으로 하면 다리나 몸을 주물러주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있죠. 시원하게 뭉친 근육을 풀어줍니다.
이렇게 몸의 말을 듣고 몸을 풀어 주면 세상 편하게 됩니다. 잠도 잘 오고, 걱정도 덜어집니다. 그 때 우리 몸은 두 다리 쭉 뻗고 잠자리에 듭니다. 내 몸을 귀하게 여기고 몸이 하는 소리를 들으면 좋겠습니다. 나뿐 아니라 가족의 몸도 함께 귀하게 여기면 모두 두 다리 쫙 뻗고 편한 시간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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