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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걷기

삿포로 걷기~모이와 원시림을 걸으며

산을 오르는 것은 함께 보다는 혼자 걷는 즐거움이 더 큰 것 같습니다.
걷는 동안 자신의 의지와 자유를 스스로 깨닫게 되고, 숲길을 걸으며 자신과의 대화에 빠져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딘가를 오르는 일은 곧 다가오는 지침, 피로, 좌절, 고통과 싸워야 합니다. 오르고자 하는 욕망에 비해 그 욕망으로 생긴 피로와 고통을 끝내고자 하는 욕구가 때로는 더 강하게 밀려옵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어려움에 대해 극복하는 법을 숲을 통해 배우게 됩니다.
피로와 고통을 이기는 법은 목적에 매몰되지 말고, 걷는 둘레의 자연을 그냥 즐기는 일입니다.
나는 다음 순간 숨을 내쉬며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모이와산은 삿포로의 거의 중앙에 위치하는 해발 531m의 나지막한 산입니다.
아이누어로는 '인카루시베(적의 움직임을 살피며 망을 보는 곳)'로 불리어지고 있으며, '고귀한 신의 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산기슭에는 느릅나무, 다릅나무, 삼나무, 일본 피나무, 물참나무, 일본 단풍나무, 가문비나무, 자작나무, 계수나무, 고로쇠나무 등 160종의 다양한 수목이 자라고 있어 '모이와 원시림'으로 불리고 있습니다.
1921년 홋카이도에서 처음으로 국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이 곳은 모이와 난, 모이와 명주잠자리 등 이곳에서 발견된 식물과 곤충의 이름 첫머리에는 '모이와'를 붙입니다.

숲길을 걸으면 다양한 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려옵니다. 일본에서 극진하게 보호를 받는 까마귀 울음소리는 피로를 잊게 하는 경각심을 주고, 가느다란 가지 사이로 곤줄박이의 부지런한 몸놀림이 바쁩니다. 박차고 나르는 박새의 비상으로 여린 가지의 떨림이 정겹고, 바위틈 사이 먹이를 찾는 동고비의 날렵한 몸짓이 앙증맞습니다.

늦겨울 햇살을 받으며 걷는 숲길은 하얗게 쌓인 눈으로 인해 볼이 차갑습니다. 그 숲길에서 나는 아직은 겉치레나 나약함으로 인해 휘둘리는 존재는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그리고는 행동하고 실존하는 힘이 나에게 주어진 자신만의 기쁨임을 또 한 번 깨닫습니다.

~ 모이와 원시림을 걸으며 ~

앙증맞은 동고비의 모습

400년 넘은 계수나무
나뭇가지의 곤줄박이
난티나무

 

먹이를 찾는 동고비

 

쇠박새의 하늘 바라기
삼나무

 

일본 피나무
산벚나무
화백나무

 

눈 속에 서있는 자작나무

 

물에 비친 자작나무
하늘 향한 자작나무
늙은 포푸라의 침묵
모이와 원시림 안내판
빨간모자의 불상

 

눈 덮인 숲길

 

오래된 고통
일본에서 보호받는 까마귀
숲속의 눈길

 

겨울나무의 위용
동고비가 사는 숲길
딱따구리 아파트

 

곤줄박이가 노는 조릿대 숲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