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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걷기

삿포로 걷기~시오야 마루야마 숲길을 걸으며

생각이 많은 사람은 골똘한 집중력 때문에 스스로 '생각의 늪'에 빠질 때가 많습니다. 가까운 사람 중에도 평소 생각이 많아 힘들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어떤 일이든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이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매우 불편한 표정을 짓습니다. 자기만의 생각에 빠져 많은 시간을 소모했기 때문에 상대를 배려하기보다는 오히려 엄격한 잣대로 상대의 마음을 재거나 다그치기도 합니다. 사유의 골에 깊이 빠져 잠시 자신의 모습을 잃고 시각이 좁아진 것이겠지요. 집중력이나 영재성이 엿보이는 모습이긴 하지만 오히려 가까운 사람들을 힘들게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잠시 눈길을 딴 데로 돌려 한눈을 파는 여유를 가지거나, 숲길을 천천히 걸으며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되면 몸도 마음도 한결 느슨해집니다.

요즘 들어 'COVID 19'로 사회적 거리를 두어야 하는 불편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 새로운 취미를 하나 만들었습니다. 빵을 굽는 일인데... 빵을 잘 굽는 비결은 빵에 약간의 칼집을 내어서 달콤한 꿀과 버터를 발라 알맞은 온도와 굽는 시간을 조절하는 것입니다. 칼집을 낼 때 빵의 모서리를 붙여 자르면, 같이 먹는 사람이 함께 빵을 떼어내는 수고가 필요하게 되고, 서로 손을 빌리는 행위를 통해 가족이 된 듯 자연스러운 협력과 소통의 관계가 이루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구수한 빵 냄새가 가득한 곳에서, 빵을 조금씩 떼어내는 과정을 통해 서로의 손과 마음이 어우러지게 되면 그 미묘한 소통의 결과를 입으로 가져갈 때 '함께 있음'의 의미가 더 깊어지지 않을까요.

빵을 굽는 마음으로 더불어 '시오야 마루야마 숲길'을 걸어봅니다. 숲길은 조용하며 평온합니다. 가끔 겨울 끝자락의 찬 바람이 가문비나무 회갈색 가지를 흔들어 놓고, 건너편 고목에는 "딱따그르르..." 까막딱다구리의 집 짓기가 한창입니다. 지금의 걷기가 봄이 오는 길목의 마지막인 듯합니다. 629m의 나지막한 산의 정상은 아직 하얀 눈밭입니다. 눈이 발목까지 빠지는 산등성이를 오르면 저 멀리 '이시카리 만'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쾌합니다. 아마 먼 옛날 저 바다는 청어 떼로 인해 희뿌연 푸른빛을 띠었을 겁니다. 정상에는 풍어를 기원하는 작은 사당에 여러 개의 "닻"이 저 아래 푸른 바다의 염원을 시오야 마루야마 정상에 옮겨 놓은 것 같습니다.

꼭대기에는 넓은 바위가 우리를 반기며 이 산의 이름을 유추할 수 있는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시오야'라는 지명은 아이누어로 '슈야'라 하며, 그 옛날 '아이누 추장 무라오사'가 넓은 바위에 냄비를 걸었다고 해서 그 말이 구전으로 전해져 '시오야(냄비 모양의 바위)'란 지명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시오야 마루야마 숲은 가문비나무, 삼나무, 너도밤나무, 신갈나무, 단풍나무, 산목련 등이 자생하고 있으며, 큰두루미꽃을 비롯한 국화바람꽃, 죽대, 연영초, 큰연영초, 선갈퀴, 삿갓나물 등 다양한 풀꽃이 봄이 오는 숲길을 장식할 것입니다.

우리는 '지금 이것' 아니면 큰일 날 것 같은 작은 그릇 속에서 '생각의 늪'에 빠져 사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요. 사회적 거리두기로 서먹서먹해진 어깨너머로 눈이 부신 봄볕을 받으며 걸으면, 세상은 그렇게 큰일 날 일만 있는 것은 아닌 듯합니다. 숲길에는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친구와의 다정한 소곤거림, 그리고 불어오는 훈훈한 봄바람이 목덜미를 간지럽힙니다.

~시오야 마루야마 숲길을 걸으며~

 

박새의 봄나들이

붉은여우와의 만남
까막딱다구리의 집짓기
외로운 노랑할미새
머위꽃
국화바람꽃
이시카리만 전경
뿌리가 드러난 숲길
숲속의 고목

 

유리딱새 수컷
도토리 싹틈
일본잎갈나무 가지
요이치초 해안
시오야 마루야마 정상을 오르는 가파른 언덕
버드나무 새싹
시오야 마루야마 정상
전망대 가는 길에서
산행 후의 맛있는 간식
가문비나무 4형제
가문비나무 솔방울
가지에 달린 열매
제니바코역 앞의 카이조쿠센 해물라면~우와! 맛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