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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길걷기

삿포로 걷기~마에다 삼림 숲길을 걸으며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조치가 해제되면서 공원으로 가는 길이 열렸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즐거운지 발걸음이 가벼워집니다. 삿포로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들판에는 '마에다 삼림공원'이 있습니다. 단정하게 잘 가꾸어진 삼림공원으로 가는 길목에는 주말농장을 가꾸는 주민들의 얼굴이 건강해 보입니다.

1982년부터 10년에 걸쳐 만들어진 공원은 삿포로시를 녹지로 둘러싸고자 하는 의도에 따라 고향의 숲, 만남의 숲, 들새의 숲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자작나무, 흑송, 마가목, 해당화, 수수꽃다리, 등나무가 무성한 공원은 테이네 산을 향해 똑바로 뻗어 있는 전체 길이 600m, 폭 15m의 운하와 240그루의 포플러가 끝없이 늘어서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냅니다. '테이네'는 아이누어로 '젖어있는 곳(습지)'를 뜻하는 '테이네 이(teyne-i)'에서 유래되었으며, 남서쪽으로 테이네야마(手稲山), 오쿠테이네야마(奥手稲山)가 솟아있습니다. 태평양 전쟁 막바지 미군의 공습을 받아 사망자 1명이 발생했다는 테이네야마는 해발 1023.1m로 아이누어로는 '길고 나쁜 장소'라는 뜻의 '탄네 웬 시르(tanne-wen-sir)'로 불렸다고 합니다.

초록빛이 가득한 공원에는 건강한 웃음이 피어납니다. 우리나라처럼 아무도 얼굴을 싸매지 않아 건강한 웃음을 확실히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들어 우리나라 사람은 피부미용에 각별한 관심을 가지는 것 같습니다. 조금이라도 햇볕을 보면 큰일 날 것처럼 얼굴을 싸매고 길을 나섭니다.  피부가 곧 나이를 말해준다는 생각이 마음을 지배해버린 것 같습니다. 피부가 빨리 늙어가면 곧 죽음이 올 것이라는 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불안입니다.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해서, 나이를 먹게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히면 얼굴에 주름이 생기는 것을 거부하려 합니다. 하지만 나무는 그 두려움을 자신의 내부로부터 삭혀서 몸의 일부인 수피를 갈라지게 만듭니다. 그런 삶을 유지하는 나무는 행복합니다.

나무는 껍질을 벗기면 말라죽습니다. 피부가 살을 보호하는 것처럼 껍질은 나무를 지키는 마지막 벽이기 때문입니다. 나무가 자랄 수 있는 것도 자신의 껍질을 스스로 갈라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새것이 옛 것을 밀어내며 생명을 유지합니다. 이러한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자연의 이치입니다. 나무의 껍질은 갈라지고 터져있지만 갈라진 껍질이 없었다면 나무는 살아남아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얼굴의 주름처럼 아무도 나무의 갈라진 껍질에 대해 고마움을 가진 적은 없어도, 자신의 가치에 합당한 평가를 얻지 못한 채 묵묵히 자신을 지키며 서 있습니다. 우리는 소중한 무엇에 대해서는 너무 익숙해서 그 가치를 느끼지 못할 때가 많은 것 같다. 마치 자연이 우리의 생명을 이어주는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을 잊고 사는 것처럼 말입니다.

모든 생명체의 몸은 세월의 흔적을 간직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도 몸에 세월의 흔적인 주름을 만듭니다. 주름은 삶의 흔적이며 반영입니다. 그 주름이 아름답지 못할 때 그 사람의 삶은 가치롭지 못합니다. 주름을 세월이 주는 상처라고들 말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편견일지도 모릅니다. 주름은 삶의 향기이자 지혜의 흔적입니다. 이 값진 흔적을 펴서 없애고 세월을 거꾸로 살고 싶은 사람은 나무로부터 다시 배워야 할 사람입니다. 나무는 그 삶의 흔적을 껍질의 갈라짐으로 남겨두어 우리에게 연륜의 아름다움이 무엇인지 가르쳐줍니다.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주름을 슬픔과 아픔의 흔적으로 여깁니다. 나무도 사람과 마찬가지로 나이를 먹지만 결코 슬퍼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오히려 갈라진 수피로 인해 우리를 위로해주고 안아줍니다. "나도 이렇게 살아왔으니 너도 걱정마라!" 공원에 서있는 나무는 가만히 속삭입니다. 세월을 거부하지 않는 나무의 삶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나무와 사람은 같은 공간 속에서 살아왔고, 살아갈 것입니다. 사람은 나무처럼 자신의 주름을 사랑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왜냐면 주름은 바로 그 사람 자신의 삶의 흔적이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오래도록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요? 그러니 죽음을 두려워하기보다는 어떻게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이 지혜로운 삶입니다. 주름을 펴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보다는 깊이 패인 주름 속의 삶의 가치를 자랑해보면 어떨까요?

~ 마에다삼림의 숲길을 걸으며 ~

말을 걸어오는 새에게 귀 기울여 볼까~

끝없는 포플러
상궁벚꽃
유럽흑송
참단풍 씨앗
청벚나무
칠엽수
칠엽수 잎
회나무 꽃
마에다 삼림 숲으로 가는 길
두 그루의 단풍나무
수수꽃다리
자작나무 흰 몸
꼬마의 즐거움
멀리 보이는 테이네 산
포플러의 줄서기
청둥오리 암컷
꽃마리 일까?
운하와 테이네 산
오이누노후구리?
쇠뜨기 생식경
여기도 애기똥풀은 피었구나~
우리 이렇게 살면 안될까요?
고로쇠 나무 씨앗
마가목
갈라진 느릅나무 수피
방울 새일까?
쇠찌르레기?
머위가 피어있는 숲
하늘을 향하는 나뭇가지
청초한 꽃잎
민들레 가득한 숲길
민들레가 피어있는 풀밭
만남
민들레 가족 모임
자작나무 숲
수수꽃다리 향기가 퍼지는 자작나무 숲
자작나무 숲 사이로~
기다리는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