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담다
경남생명의숲 회원 함박꽃
나무를 식별하기 가장 좋은 계절은 언제라고 생각하십니까? 처음 나무에 관심
을 가지고 나무와 눈 맞춤하게 되면 눈에 쉽게 띄는 꽃과 잎을 중심으로 나무를
알아가지만, 겨울이 되어 나무들이 잎을 모두 떨어뜨리고 나면 나무를 알아보기
어려워져 경상도 말로 “야도 자 갔고 자도 야 갔고” 아리송 혼란에 빠집니다. 그
때 비로소 나무의 겨울눈(동아, 冬芽)이 보이고 나무를 식별하기 가장 좋은 포인트
가 겨울눈임을 깨닫게 됩니다.
겨울눈은 한 겹의 두꺼운 솜털 옷을 입고 있는 목련도 있고, 여러 겹의 눈 비늘
조각(아린, 芽鱗)에 싸여 있는 참나무류들도 있고, 끈적끈적한 나무 진을 내어 비
나 눈 그리고 작은 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소나무와 침엽수, 옻나무와 작살
나무처럼 눈 비늘조각 없이 작은 털옷만 입고 있는 맨눈(나아, 裸芽)을 가진 나무
도 있습니다. 이처럼 나무는 추위와 온갖 병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고 봄이
면 당당하게 꽃으로 잎으로 깨어납니다.
나무의 겨울눈은 가늘고 길며 뾰족한 모양으로 생긴 잎눈(엽아, 葉芽)과 통통하
고 동글동글한 잎눈보다 짧게 생긴 꽃눈(화아, 花芽), 꽃눈과 잎눈이 합쳐진 섞임
눈(혼아, 混芽)과 껍질 속에 묻혀 있어 잘 드러나지 않는 묻힌눈(은아, 蘟芽)이 있
으며, 어린 가지의 중심에는 끝눈(정아,頂芽)과 가지의 옆 부분과 잎겨드랑이에는
곁눈(側芽, 측아)을 만들어 만약의 위험에 대비하기도 합니다.
나무는 이듬해 화려한 봄날을 맞이하고 가을에 튼실한 열매를 맺기 위해 겨울
눈 그 작은 눈망울에 자신의 모든 꿈과 삶 그리고 사랑을 담아 오랜 시간의 노력
과 끈기로 지혜롭게 겨울을 버텨냅니다. 그래서 나무의 겨울눈은 움츠러듦이 아
니라 희망을 품고 있습니다. 우리도 나무처럼 현재 힘들게 싸우고 있는 팬데믹 상
태를 잘 이겨내고, 우리 삶의 화려한 봄날을 맞이하기 위해 노력해야겠습니다. 따
뜻한 봄날, 도란도란 모여앉아 하하호호 웃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날을 희망 품
고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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