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의숲 (4) 썸네일형 리스트형 치유의숲~숲의 빛깔 7월의 숲은 짙은 초록입니다. 아침을 깨우는 햇살이 눈부시면 숲은 기다린 듯 온몸을 부르르 떱니다. 조붓한 오솔길을 따라 걸으면 숲은 새들의 맑은 지저귐과 함께 연초록으로 눈부십니다. 초록의 유혹은 끝없이 걸음을 재촉하게 만들고, 이윽고 한낮의 강렬해진 빛은 숲을 다시 짙은 초록빛으로 물들게 합니다. 스펙트럼의 마술은 오묘하여, 저녁 석양빛을 받은 숲은 은은한 녹갈색의 어둠이 깃듭니다. 그리고 숲은 너그럽게 우리를 안아줍니다. 숲을 채우는 빛깔 숲은 초록의 대명사라 할 만큼 우리에게 '초록'이 주는 인상은 짙습니다. 노랑과 파랑이 어우러진 초록은 우리의 마음을 참 편안하게 만들어줍니다. 환희와 강렬한 에너지를 나타내는 노랑을 삶의 풋풋한 여정이 주는 즐거움이라 한다면, 숲 언저리로 언뜻언뜻 보이는 파란 .. 삿포로걷기~놋포로 숲에서 보내온 편지 숲은 초록초록 여름에로의 열정을 쏟아냅니다. 나뭇잎 사이로 눈부신 햇살이 내려 쪼이면, 숲은 순식간에 밝은 연둣빛 세상을 연출합니다. 아바타의 한 장면처럼 숲은 다양한 배경화면을 연출하며 온갖 생명을 풀어놓고, 나비족의 DNA를 섞어 만든 아바타를 숲으로 불러들일 때, 낯선 한 사람이 바쁜 걸음으로 오솔길 너머로 사라지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세상에는 참 바쁜 사람이 많습니다. 저렇게 바쁜 사람이 왜 숲길을 찾았는지 잠시 생각해봅니다. 숲길을 걷는 것은 잊었던 기억을 떠올리고, 그 기억을 슬며시 들여다보는 한가한 행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굽은 길을 이리저리 걷다 보면 또 다른 나의 눈 하나가 내 안에 있음을 느낍니다. 그 눈은 바쁜 내 일상의 바깥에서 낡은 나무상자 속의 어릴 적 물건을 찾아내듯, 시.. 치유의숲~숲에서 나는 소리 초여름 숲길을 걷다 보면 풀숲 사이로 들리는 작은 소리에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추어집니다. 강아지풀잎에 흐르는 물방울 소리, 늦깎이 움터지는 소리, 애기똥풀 씨방 벌어지는 소리, 단풍나무 물오르는 소리, 나뭇가지를 스치는 바람소리, 가지 사이로 나는 작은 새 날개 짓 소리, 졸음이 깃든 산사의 청아한 염불소리. 숲을 채우는 소리 좋은 사람들과 함께 숲길을 걷는 것은 참 즐거운 일이지만, 가끔은 혼자 걷는 숲길이 또 다른 기쁨을 줄 때도 있습니다. 숲 언저리에서 만나는 앙증스러운 풀꽃들의 흔들림은 무료한 시선을 빼앗기 충분합니다. 걸음을 멈추고 오도카니 앉아 그 흔들림을 내려다보면 형언할 수 없는 짜릿한 선율이 몸을 감쌉니다. 마치 말을 걸 듯 다가오는 그 표정 속에 참 많은 사연이 있는듯합니다. 작은 .. 치유의 숲~연필이 된 삼나무 사각사각, 연필 소리가 들립니다. 솜털이 보송보송한 새내기 고사리 손에서, 갓 들어온 미술학원 신입생 데생 종이 위에서, 새 상품을 꿈꾸는 패션 디자이너의 가는 손가락 사이로, 늙은 작가 돋보기 너머 흩어진 원고지 사이로, 연필 소리 어릴 적 어머니가 장독을 닦는 모습은 참 느긋하기도 하고, 답답해 보이기도 했습니다. 그것은 단지 닦는 일에 몰두한다기보다 식구들 먹거리를 어떻게 장만할까 궁리 중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은 어젯밤 아버지와 다투어 불편한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삭임의 과정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빈 종이에 긁적거리는 연필 소리도 어쩌면 혼란한 속마음을 다잡기 위함인지도 모르지요. 그래서 사각거리는 그 소리는 마치 우리 삶의 시작처럼 여겨집니다. 시작은 늘 그렇듯 서툴고 어색합니다. 혀끝에 연필심을..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