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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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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소리 그윽한 화림동계곡 - 선비마을이라 불리는 화림동 계곡은 덕유산에서 발원된 금천이 흘러 깊은 계곡을 따라 8담 8정을 이루고 있으며, 냇가에 기이한 바위와 담, 소를 만들고 거연정, 군자정, 동호정을 거쳐 농월정에 이르러서는 반석 위로 흐르는 옥류와 소나무가 어우러져 무릉도원을 이루고 있는 곳으로, 장장 60리에 이르는 우리나라 정자문화의 보고라고 불리어지며, 옛 선비들이 풍류를 즐기던 아름다운 계곡이다. - 맑은 물소리와 숲이 어우러진 계곡 이미 가을이다. 길 곁 언저리에 널린 붉디붉은 고추는 아낙네의 얼굴을 검게 그을리게 하고, 수건으로 가리운 얼굴에는 이미 가을이 반쯤 잠겼다. 누군가는 태초에 가벼운 것은 올라가 하늘이 되고, 무거운 것은 내려와 모든 것을 받아들여 포용하는 가이아가 되었다고 노래했다는데, 여기 이 계..
아름다운 숲 동호마을 - 동호마을숲은 연안 이 씨의 집성촌인 동호마을 어귀에 조성된 숲으로, 소나무가 주를 이루며 느티나무, 상수리나무가 중간에 함께 심어져 있다. 마을 형태가 곡식의 껍질을 골라내는 챙이(키)처럼 생겼는데 남쪽은 챙이 끝이라서 재물이 날아가 버리는 형국이라고 하여 이를 막기 위해 마을 입구에 소나무를 넓게 심어 재물을 가두고자 했고, 그 속에 마을의 안녕을 비는 마음이 담겨있어 더욱 아름다운 숲이다. - 솔숲의 향기와 돌담이 어우러진 마을 가을바람 따라 포도밭 정겨운 들길을 걷다 보면, 솔향기 가득한 숲 내음으로 코끝이 상긋한 마을을 만난다. 오래된 마을... 헬레나 노르베리-호지의 ‘오래된 미래’는 아닐지라도 마을은 자연과 인간의 경계가 이미 허물어져버린 곳, 거기에는 옛사람들이 여유로이 걸었던 삶의 이야..
숲기행~느릿하게 걷는 닭실마을 - 경북 봉화군 유곡리 닭실마을, 전통한옥으로 구성되어 영남지방의 전형적인 집성촌으로 조선 중기 지리학자 이중환이 ‘택리지’에서 영남 4대 길지 중 하나라고 칭송한 명당입니다. 안동 권 씨 충재 권벌의 세거지(世居地)로서 옛날에는 아름다운 석천계곡을 지나야 만 갈 수 있었던 곳이라고 합니다. - 석천계곡은 닭실마을로 가는 들머리였고 요란한 매미 울음 사이로 따가운 햇살이 비집고 들어옵니다. 시나브로 매미의 날개는 엷은 유리세공품의 표면처럼 빛납니다. 닭실마을 길은 매미 날개처럼 느릿하게 반짝입니다. 한낮 햇빛이 쏟아부어져도 그 뜨거움에 아랑곳없이 석촌 댁 할머니의 걸음은 여유롭습니다. 우리 삶도 할머니의 느릿한 걸음을 배웠으면 좋겠습니다. 그 걸음 느려도 한평생 살아오며 어긋난 길을 걸어 본 적이 없기 ..
숲기행~서산대사가 걸었던 길 - 경남 하동군 화개면 대성리 의신마을, 지리산 옛길 신흥-의신 구간을 따라 이어지는 아름다운 계곡. 신흥사가 있었던 신흥마을과 의신사가 있었던 의신마을을 연결한 4.2km의 이 길은 서산대사가 지리산에 머무르는 동안 오가던 마을과 마을을,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던 옛길입니다. - 물까치의 본능이 나그네 마음을 짠하게 만들고 숲으로 가기 위해선 ‘바쁨’은 저 멀리 던져버려야 합니다. 숲은 바쁜 일상이 묻은 흔적을 썩 좋아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가만히 발자국 소리도 낮추어 숲길을 들어서면 소나무 거친 껍질과 개다래 덩굴이 서로의 몸을 부비며 세월을 삼킵니다. 숲길 언저리 빈집의 들마루엔 한껏 피어난 개망초가 더운 꽃잔치를 벌이며 며칠 전 지나간 산객의 이야기 소리를 되새기곤 합니다. 하늘 높이 솟은 참나무..
숲기행~지리산둘레길을 걸으며 - 전남 남원시 산내면 장항리 장항마을, 지리산 둘레길 인월-금계 구간을 따라 중군마을-수성대-배너미재를 지나면 장항마을 윗 당산 언덕에 노루목 당산 소나무가 의연히 서 있습니다. 이 당산이 있는 자락은 앳골로, 마치 노루가 목을 길게 내민 형국이기 때문에 옛 이름을 노루목이라 불렀으며, 지금은 노루 장(獐), 목 항(項)자를 써서 장항마을이라 부릅니다. - 여름 숲에는 초록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숲은 첫여름 햇살 머금어 초록물이 뚝뚝 떨어집니다. 어찌 그 뜨거운 햇살이 초록으로 변하는지 한 치 앞을 못 보는 어리석음이 안타깝습니다. 봄의 색깔이 연두 빛이라면 여름 숲은 이제 청년기에 이르러 진초록입니다. 그래서인지 숲을 걸으면 휘파람새라도 된 듯 콧노래 소리로 온몸이 가벼워집니다. 자연의 섭리는 오묘하..
숲기행~섬진강 물돌이동을 휘돌다 - 전북 임실군 덕치면 천담리 187, 천내리와 구담리를 합해 행정구역상 천담리가 되었지만 사람들은 천담마을, 구담마을을 혼용해 부릅니다. 활처럼 휘어 흐르고 깊은 소(沼)가 많다 하여 천담(川潭)이라 부르고, 이 강줄기에 아홉 군데의 소(沼)가 있다 하여 구담(九潭)이라 부른답니다. 마을 앞을 흐르는 물에 자라(龜)가 많이 산다고 구담(龜潭)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 진뫼마을은 물우리의 끝이고 물돌이동의 시작입니다 며칠 사이 봄비가 내리더니 개울물 소리가 정겹습니다. 졸졸거리고 흐르는 물길 사이로 들꽃 몇 송이 피어, 걷는 발걸음을 멈추게 만듭니다. 빗물의 흔적을 따라 걷는 발길은 잠 덜 깬 어린아이의 살결이 닿듯 포근하고, 흙냄새 맡은 숲은 어느새 푸릇한 물기가 가득합니다. 구름도 쉬어 간다는 진안 ..
숲기행~'남바람꽃' 피는 반구정 - 경남 함안군 대산면 장암리, 반구정은 1557년 8월 11일 가야읍 검암리에서 태어나 의병장으로 활약한 두암(斗巖) 조방(趙邦)선생이 지은 것으로, 처음에는 낙동강가의 웃개나루(上浦)에 있었는데 침식작용으로 허물어져 1866년 현 위치로 옮겨졌으며, 문장으로 유명한 성재 허전이 기문을 지어 만들어진 정자입니다. - 봄빛 찾으러 반구정 뜰에 서다 봄은 땅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분주하더니, 어느새 건너 산허리가 연둣빛으로 선명해집니다. 숲 사이로 직박구리 부지런히 날고, 화들짝 피었던 벚꽃 잎이 봄바람에 실려 날아다닙니다. 그 환함과 들뜸에 여기저기 봄꽃들이 피어나기 시작합니다. 햇살 거침없이 머금은 나무마다 꽃잎 화사해지면, 가지마다 휘돌아 다니는 꽃향기에 어질 해집니다.. 봄볕 한 가닥에 휘둘려 세..
숲기행~금오도 비렁길에 핀 붉은 동백 - 전라남도 여수시 남면, 여수 앞바다에 있는 금오도(金鰲島)는 우리나라에서 21번째로 큰 섬입니다. 지형이 자라를 닮아 한자 그대로 '황금 자라'라는 뜻입니다. 원래 거무섬으로 불렸는데, 조선시대 궁궐을 짓거나 보수할 때, 임금의 관(棺)을 짜는 재료인 소나무를 기르고 가꾸던 황장봉산이었을 만큼 원시림이 잘 보존된 곳으로, 숲이 우거져 검게 보인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 섬 길을 걸으면 흙의 유혹이... 어느새 봄볕이 따사롭습니다. 언 땅이 녹아 자작해지고, 여인네의 얇아진 옷깃 사이로 살 내음이 물씬 풍기면, 겨우내 참았던 꽃망울이 봄비 맞아 터질 것 같습니다. 꽁꽁 싸매어 두었던 살품에 봄바람 들면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생각이 절로 듭니다. 몸은 벌써 객선에 실리고 시선은 저 먼바다 언저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