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어쩌다 미팅이라도 있는 재수 좋은 날에는 단벌 와이셔츠에 우스꽝스러운 넥타이를 매고 화려한 외출?을 했던 추억이 떠오릅니다. 파트너가 마음에라도 들라치면 어떤 핑계를 대든 ‘인연 만들기’를 위해 안달을 했던 바보스러운 기억. 아쉬운 데이트를 마치고 하숙집으로 돌아와 셔츠를 벗다가 목에 새까맣게 낀 먼지를 보며 얼마나 놀랐는지요. 가만히 생각해보면 미세먼지 문제는 오래전부터 이미 우리와 함께 있었지만, 먹고살기 바빠 미세먼지의 존재를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미세먼지란?
마스크가 외출 필수품이 되어버린 지금 미세먼지 문제가 뉴스의 한쪽을 차지합니다. 바쁜 일상으로 숨쉬기 운동도 제대로 할 시간이 없는데, 이젠 미세먼지로 인해 숨조차 편안히 쉬기 힘들어졌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바로 스마트폰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확인하고, 창문을 열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생각합니다. 최근 ‘중국이 문제’라는 조금은 잘못된 편견인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뒤덮으며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여겨졌던 코털이나 기관지 점막에서 대부분의 먼지는 걸러집니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조금 다릅니다. 미세먼지는 보통 지름이 10㎛(10㎛(머리카락 지름 1/5~1/7)보다 작은 미세먼지(PM10)와 지름이 2.5㎛(2.5㎛(머리카락 지름 1/20~1/30)보다 작은 미세먼지(PM2.5)로 나눕니다.
PM10인 부유먼지는 폐의 기관까지 들어오고, PM2.5인 미세먼지는 폐의 말단 조직인 허파꽈리까지 도달해서 미세혈관을 통해 온몸으로 퍼져 나가 인체에 큰 피해를 준다고 합니다.
미세먼지가 해로운 이유
기관지에 미세먼지가 쌓이면 가래, 기침이 잦아지고 기관지 점막의 건조를 통해 세균이 쉽게 침투할 수 있어, 만성 폐질환이 있는 사람은 폐렴과 같은 감염성 질환의 발병률이 증가하게 됩니다.
미세먼지는 허파꽈리를 통해 혈관으로 침투해 혈액을 탁하게 하고, 심혈관 질환을 앓고 있는 노인은 미세먼지가 쌓이면 산소 교환이 원활하지 못해 병이 악화될 수 있습니다. 뇌에는 혈액 속 유해물질을 걸러내는 장벽이 있지만,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이를 뚫고 들어갈 수 있고, 뇌 속으로 들어가면 염증반응으로 혈전이 생겨 뇌졸중이 발생할 위험이 있지요. 또한 신경세포가 손상되면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집니다. 최근 세로토닌 호르몬 분비를 저하해 우울증을 일으킨다는 연구 보고도 있습니다.
미세먼지 대책
우리나라 아황산가스나 먼지 오염도는 1970~80년대에 진짜 세계 최악의 수준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미세먼지 오염도가 최근에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오해하고 있습니다. 정치인과 언론, 일부 환경전문가나 학자들까지 공공연하게 우리나라 미세먼지 오염도가 OECD 최하위권이라는 발언을 하면서 국민들을 겁주고 있기 때문에 이런 인식 상태가 무리도 아닙니다.
이제 환경부나 언론이 말하는 대로 고분고분 불편한 마스크(전 세계에서 N95 등 산업용 마스크를 일반 시민들이 이렇게 많이 소비해주는 국가가 과연 있을까 싶다)를 쓰고 고통을 감수해서는 안 되며, 대신 미세먼지 오염이 국민 건강에 악영향을 주는 원인 제공자와 정부에 오히려 환경개선을 위한 요구를 해야 한다고 아주대 장재연 교수는 말합니다. 또한 학교에서는 해결책도 없는 미세먼지 측정기로 교원들에게 불안한 스트레스를 주고, 부모들은 아이를 보호하겠다고 불편한 마스크를 억지로 쓰게 하는 것이, 진짜 아이들 건강에 좋은 것인지, 아니면 오히려 아이들에게 해로운 짓을 하는 것은 아닌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았으면 합니다.
숲과 미세먼지
소셜벤처 트리플래닛과 국립 산림과학원이'도시 숲의 가치'를 연구했는데, 축구장 약 12배 크기의 숲에 2만 1125그루의 나무를 식재한 결과, 숲이 연간 흡수하는 미세 먼지는 총 364.7㎏가량, 그러니까 가정용 공기청정기 100대를 약 46년 동안 가동해야 할 분량이었다고 합니다.
트리플래닛 김형수 대표는 "아이들을 미세 먼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나무를 심고 기르는 일상, 내 집 앞에 공원이 들어서는 것을 반기는 문화가 조성되도록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힘을 합쳐야 한다"면서 "숲이 미세 먼지를 줄이는 설루션 임이 증명된 만큼, 크라우드펀딩, 반려 나무 입양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환경과 인류의 지속 가능한 공생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숲길을 걸으면 초록물 머금은 이파리들의 우아한 추임새가 바람에 반짝입니다. 그 사이로 작은 먼지들이 걸러지는 소리, 마음 깊숙이 쌓였던 묵은 찌꺼기 사그라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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