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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유의 숲

치유의 숲~나눔의 숲

나뭇가지에 앉은 작은 새는 가지가 부러질 것을 염려하지 않습니다. 새에게는 날 수 있는 날개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오랫동안 수많은 경험을 통해 안겨준, 가지에 대한 신뢰가 그를 으로 이끌어줍니다. 숲을 이루는 나무도 예외는 아닙니다. 계절이 바뀌고 찬바람이 뼈를 아리게 하는 겨울이 와도 나무는 여느 때처럼 걱정하지 않습니다. 나무는 스스로 버림에 대한 자연의 법칙을 익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초록을 준비하는 숲

숲을 지키는 나무들의 본능은 초록에로의 염원입니다. 봄이 오면 생명의 기운을 알아차린 나무는 가녀린 뿌리를 통해 강한 생명력으로 땅의 기운을 한껏 빨아들입니다. 그리고는 열정으로 가득 찬 엽록소로 초록마을을 만들어 나갑니다. 봄부터 여름까지 숲은 초록으로, 초록으로 향하고, 기어코 여린 가지 끝까지 그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전해줍니다. 들풀들도 제각각 나름의 잎을 내고 자신이 겨우내 준비한 씨앗의 키만큼 자람을 이루어냅니다. 여름이 오면 숲의 여린 가지에는 초록의 이파리가 풍성해집니다. 나무들이 힘찬 에너지로 땅 속의 물기를 빨아들이면, 숲은 물이 오르는 소리로 가득합니다.

 

안식하는 숲

초록은 인간이 다 가지기에는 너무나 찬란한 빛입니다. 여름이 지나면서 나무는 자신을 채우기 위해 수많은 초록에너지로, 소리 없는 아우성으로, 숲을 살찌웁니다. 그것도 잠시... 산 너머 산들바람이 불어오면 뜨거웠던 열정은 스러져갑니다. 지구는 기울어지고 나무 그림자가 어릴 적 전봇대처럼 길어질 즈음, 어둠을 이기지 못한 빛은 서서히 숲 저편으로 밀려나기 시작합니다. 한 때 품었던 초록에의 욕망은 안식의 길로 접어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잎은 울긋불긋 단풍으로 물들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스스로를 향한 안식의 염원일지도 모릅니다. 나무는 여름 내내 감당했던 채움의 노고와 뜨거운 체온을 식히기 위한 증산의 힘든 과정을 서서히 내려놓기 시작합니다. 그것은 어쩌면 끝없는 욕망에의 정리이며, 지속 가능한 삶의 영위를 위한 전략일지도 모릅니다.

 

낙엽의 의미

떨어지는 낙엽은, 매달림의 부담을 줄이고, 버리는 삶을 실천하는 자신만의 전략입니다. 초록의 욕망으로 덧씌워진 엽록체를 털어버린, 발가벗겨진 속살은 단풍나무 붉은빛과 생강나무 노란빛,, 붉디붉은 사람주나무 잎과 흙빛을 닮은 갈색 참나무로 변해갈 것입니다.

낙엽은 숲이 채움의 방편으로 쓰고 남긴 잉여물입니다. 나무는 낙엽을 숲 바닥에 떨어뜨림으로써 이듬해 봄, 자신이 다시 살아나야 할 터전을 일굽니다. 자신만의 채움을 바라기보다는 이웃을 위한 배려를 낙엽으로 쌓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은 더 지혜로운 을 향한 의식이기도 합니다. 고요한 숲 속에는 작고 보잘것없는 벌레들이 낙엽 속을 기어 다니며 추위를 견딜 것입니다. 그리고는 그 모든 잉여물을 다시 흙으로 되돌려 놓을 것입니다.

 

되돌려주는 숲

숲은 느리지만, 더불어 사는 지혜를 압니다. 숲은 외부의 손길을 필요로 하지도 않지만, 다른 이의 몫을 빼앗지 않고도 스스로 풍요로울 줄 아는 공간입니다. 삶을 통해 얻어진 모든 것을 공동의 공간인 숲에 아낌없이 되돌려주기 때문입니다. 숲은 나눔의 부자들이 가득한 공간입니다.

이 세상을 사는 많은 사람들도 숲 속의 나무처럼 그들이 살고, 다음 세대가 살아갈 터전에 자신의 것을 되돌려주는 삶을 삽니다. 그들이 쌓은 것이 얼마이든, 그들은 나무처럼 나눔의 부자입니다. 나무들처럼 자신의 땀 흘림에 정직한 삶을 살고, 그것을 되돌릴 줄 아는 나눔의 부자가 많아질 때 사람의 숲도 풍요로운 공간이 될 것입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상대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신만의 생각과 주장에 함몰되어 사는 사람들이 더러 있습니다. 그런 이를 몽니 궂은 사람이라 말하기도 합니다. 숲은 몽니 궂은 숲보다는나눔의 숲을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