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혹이 다가올 무렵 잠시 생각에 잠겼던 적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행복한 삶이며 그 가치를 높이는 일일까? 생각의 막다른 골목에서 떠오른 것은...
그래, 숲처럼 살아보자
그저 묵묵히, 있는 그대로, 또한 내 이웃을 마냥 평온하게 해줄 수 있는 숲. 16년 전 ‘경남생명의숲’을 시작해서, 숲을 가꾸는 일이 내 삶에서 진정 가치 있는 일이란 생각으로 바쁘게 걸어왔습니다.
‘걷는 일은 꿈을 만나러 가는 일’이라했는데, 지금껏 해왔듯이 산허리 끌어안고 휘어져 돌아가는 한적한 숲길을 그냥 천천히 걷고 싶을 따름입니다. 그 길가에는 풀꽃이 바람에 흔들리겠지요.
사람의 몸에는 길이 들어앉아있다는데, 그 헝클어진 길을 이젠 하나씩 내어 풀어놓으며 걸어가야겠습니다. 그 첫 번째 길이 ‘月숲’이라면 두 번째 길은 ‘쉼’이 있는 ‘北海道의 길’일 듯합니다. 북해도에는 오래된 자연림이 있어 마음이 이끌리었습니다.
‘남의 동네 살이’가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어려움 없는 삶은 무미건조해서 살맛나지는 않아, 프런티어의 스릴을 만끽해보렵니다. 지금 삿포로는 흰 눈이 쌓여 있지만, 이 곳 농부들은 언 땅에도 곧 봄이 온다는 것을 알아채고 있는듯합니다. 눈 쌓인 길이 녹기 시작하면 삿포로의 다정한 골목길부터 걷기 시작할 것입니다.
걷기는 느린 움직임이라, 세상의 다양한 아름다움과 고샅길의 정다움까지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크고 곧은길보다는 자신의 생각과 가치에 맞는 작은 길을 걷는 재미를 얻어 보렵니다. 그 길은 걷는 걸음과 자연을 가까이서 감성적인 인연으로 묶어줄 것이며, 내가 걸을 때 저 멀리 있던 내 앞의 삶이 내게로 가까이 다가올 것입니다.
삿포로의 느린 걸음을 통해 내가 오기 전에도 있었고 내가 없어진 다음에도 계속될 먼 미래를 볼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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